연극 ‘피아프’에서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를 연기한 배우 최정원 씨. 사진 제공 신시컴퍼니
신시컴퍼니가 16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마련한 연극 ‘피아프’의 첫 장면은 무대를 떠나서 살 수 없었고 죽는 순간까지 노래한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1915∼1963)의 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어 극은 거리에서 구걸하기 위해 노래를 하던 그의 유년시절을 되짚는다.
거리의 소음 속에서도 노래가 또렷이 들릴 정도로 타고났던 재능, 스타가 되기 위해 바친 열정, 주변을 맴돌았던 수많은 남자와의 사랑과 배신, 스포트라이트와 갈채가 쏟아지는 무대, 무대 뒤편에서 홀로 견뎌야 하는 외로움과 긴장, 자살 시도와 약물중독, 죽음….
이 연극은 관객에게 친절하지 않다. 지어낸 이야기보다 더 극적인 피아프의 삶이 무대 위에서 빠른 템포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피아프의 친구 뜨완, 가수로 데뷔시켜준 카바레 주인 르플레, 매니저 브루노와 루이, 비서 마들린, 연인 샤를르, 떼오, 이브 등 등장인물이 주고받는 대사는 수다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피아프의 일생을 잘 아는 관객들은 이런 대목이 무리가 없다. 하지만 피아프에 낯선 관객들은 굳이 피아프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환희와 슬픔, 고독을 겪는 한 예술가의 일생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7일 커튼콜 때 깊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최 씨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1978년 영국 극작가 팜 젬스가 쓴 ‘피아프’는 이듬해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이 초연한 뒤 런던 웨스트엔드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에 꾸준히 올랐다. 국내에서는 이번이 초연이다. 3만∼5만 원. 02-577-1987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