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모키 화장하는 남자
《20대 후반의 회사원 김영석(가명) 씨는 최근 홍익대 부근의 한 클럽에 놀러갔다 일종의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는다. “남자 스모키의 천국이더군요. 그 곳의 거의 모든 20, 30대 남자들이 스모키 메이크업(갈색 혹은 검은색 톤의 화장)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간 저만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말 그대로 스모키 메이크업은 짙은 아이라인으로 눈매를 강조하는 여성들만의 ‘전용 화장’으로 여겨져 왔다. 좀 더 또렷한 눈매와 깊은 눈빛을 표현할 수 있지만 그만큼 성숙하고 ‘드라마틱’한 변화로 여성들마저도 평소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메이크업이 아닌가? 그러나 이 같은 ‘트렌드’를 전해준 김 씨의 답은 다소 도발적이기까지 했다. “빡빡한 일상의 연속인 요즘, 남자라고 얌전한 슈트나 캐주얼 스타일로만 살 수 있나요?” 젊은 그들이 꿈꾸는 스타일과 일탈의 세계를 들여다본다.》
○ 성숙함으로의 변신
광고 로드중
제2의 소지섭이라고 불릴 만큼 수려하면서도 귀여운 외모로 다수의 ‘누나 팬’을 거느린 그지만 아직 앳된 소년의 이미지는 그대로다. 하지만 그가 최근 연기 변신 외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팬들에게 선보였다.
모 잡지와 브랜드 모델로 스모키 메이크업을 한 그는 시크한 표정에 강렬한 눈매로 보호받아야 할 ‘꼬마’가 아닌 성인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스모키 메이크업은 나이와 연륜을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신비로운 매력’이다. ‘소년’에서 ‘남자’로 변신 중인 배우들에게 스모키는 그래서 반갑고도 유용한 변장술이다.
○ 옴 파탈 혹은 나쁜 남자를 꿈꾸다
또렷한 이목구비의 연예인들 또한 매력 발산의 도구로 스모키를 택한다. 올 상반기 화제를 모았던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주인공으로, 때론 철없지만 순수한 귀공자를 연기한 이민호는 최근 한 맥주 회사의 뮤직비디오 광고를 통해 ‘나쁜 남자’로 거듭났다.
광고 로드중
이 같은 내용의 광고가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이면 어떤가. 그 안에 자리 잡은 ‘옴 파탈(homme fatale·프랑스어로 치명적인 남자라는 뜻으로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상대를 파멸시키는 남자라는 의미)’에 대한 환상과 스모키의 ‘마력’에 대중은 여전히 열광하는 것을.
○ 아찔한 파격 변신
대표적 ‘범생이’들에게도 강렬한 눈빛과 파격적 변화는 허락된다. 그런 의미에서 스모키는 기존의 부드러운 이미지로부터의 변신을 꾀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부드럽고 감성적인 목소리, 부끄러운 듯한 미소, 가요계의 ‘대표적 범생이’ 이미지를 굳혀 왔던 김정훈은 최근 솔로 앨범을 통해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한쪽 눈을 가릴 만큼 길게 늘어뜨린 머리, 그 밑으로 빛나는 차가운 스모키 메이크업을 통해 강렬한 눈빛으로 팬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있다. 그리고 드러나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대한민국의 ‘2030’세대들.
청년 실업, 경제 침체, 그리고 꽉 짜인 일상…. 그 안에서 때론 그들도 변화의 분출구를 찾는다. 물론 낯선 남자의 진한 화장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그들만을 위한 일상 속 조그마한 파격이라면, 그리고 그 안에서 충분히 ‘즐겁고 자유롭다’면 2009년 남자의 스모키에 기꺼이 ‘한 표’를 던져주고 싶다. 더구나 남자의 변신 또한 무죄 아닌가.
광고 로드중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