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신호는 글로벌 기업의 론칭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신제품이나 새 브랜드를 내놓는 글로벌 기업들이 홍콩이나 일본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 자리를 서울이 꿰차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최근 ‘글라소 비타민 워터’를 아시아 시장에 선보이면서 서울을 시작 무대로 택했습니다. 코카콜라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유명 스타들이 이 제품을 좋아한 덕에 패션 피플에게 인기를 얻게 됐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그 역할을 한류 스타들이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한류(韓流)’의 영향입니다. 한국의 패션과 문화가 아시아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는 것이죠. 또 서울 사람들이 트렌드에 민감한 데다 소비취향과 안목이 세련되고 까다로워 서울을 만족시키면 세계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 퍼져 있다고 합니다.
유명 디자이너들은 서울만을 위한 기획 작품을 내놓기도 합니다. 최근 급부상한 뉴욕 출신 디자이너 필립 림은 서울에 단독 매장을 내면서 ‘아이들에게 미소를(Smile for children)’로 이름붙인 한정판 티셔츠를 선보였습니다. 프랑스 디자이너 바바라 부이는 지난해 서울을 방문했다가 ‘LE SEOUL(르 서울)’이라는 가방을 만들어냈습니다.
실험적인 무대가 펼쳐지기도 합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는 올 4월부터 9월까지 전시와 영화, 공연 등 장르를 넘나드는 문화행사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진행했는데, 세계 최초였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현대예술과 전통이 맞물려 있다”는 게 한국을 택한 이유였습니다. 패션과 트렌드의 변방이었던 서울을 이제 세계가 인정하고 있습니다. 해외 브랜드를 추종하기보다는 우리 감각에 자신감을 가져도 될 때입니다.
강혜승 산업부 기자 fin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