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 추신수 기자회견
추신수가 4일 공식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자회견 후 곧바로 본가가 있는 부산으로 이동한 추신수는 5일 오전 조성옥 전 동의대 감독의 유해가 안치된 경남 양산 하늘공원묘지 납골당을 찾는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광고 로드중
길고 험난했던 마이너리거 시절을 끝마치고 메이저리그 풀타임 1년째를 성공적으로 보낸뒤 고국팬들 앞에 선 그는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다. 클리블랜드 ‘추추 트레인’ 추신수(27)가 4일 서울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올 시즌을 마친 소감과 함께 내년 시즌 각오를 밝혔다. 그는 “클리블랜드 팬들이 태극기를 직접 그려와서 사인을 받을 땐 가슴이 뭉클했다”면서 “기회가 닿는다면 내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평소 바람도 빼놓지 않았다.
-올 시즌 가장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는다면.
“제일 힘들었을 때는 (부산고 은사인)조성옥 감독님께서 돌아가셨을 때다. ‘20(홈런)-20(도루)’을 앞두고 스무개 홈런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도 정신적으로 부담감이 많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역시 오클랜드전에서 연타석 홈런을 포함해 7타점을 올렸을 때다.(추신수는 조 감독의 사망 소식을 들은 그날 4안타를 치며 개인최다인 7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광고 로드중
“매년 한국에 올 때마다 느낀 점은 내가 운동을 할 때보다 초등학생, 유소년 야구 선수들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외삼촌(박정태 롯데 2군 코치)이 유소년 야구팀도 맡고 있고, 좋은 선수가 나오려면 어린 선수들이 많아야 된다는 생각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많았다.”
-내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계획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많은 걸 배웠고, 좋은 기억도 갖고 있다. 실력만 된다면 당연히 아시안게임에도 나가고 싶다. 한국 사람이지만 소속팀이 있어 구단과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언제든지 불러만 주신다면 나갈 생각을 갖고 있다.”
-WBC에서 어떤 점을 배웠는지. 특히 요즘 고교 졸업생들이 미국야구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광고 로드중
-구단과의 재계약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나.
“귀국하기 하루 전까지 에이전트와 하루에 한번씩 통화를 하다가 왔다. 클리블랜드에 남고 싶은 마음은 여전하다. 올 시즌을 풀타임으로 뛰더라도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을 수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12월쯤 가야 계약이 될 것 같다.”
-구단 내에서 달라진 위상을 느끼는지.
“크게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내 인형도 제작해주고, 전광판 같은 곳에 대형 사진이 붙어 있는데 어느 날 가보니까 이적한 클리프 리나 빅터 마르티네스 사진이 있던 곳에 내 사진이 붙어 있었다. 많이 신경 써주는구나 하고 느낀다.”
광고 로드중
“3할 타율에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지만 개인적으로 부족한 게 많았던 해이기도 하다. 중심타선으로 주자가 있을 때 타점이 적었다. 내년 목표라고 하면 홈런을 몇 개 치겠다는 그런 생각보다 올해보다 공격이나 수비 모든 측면에서 나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
-방망이에 태극기를 그려 넣어 화제가 됐는데.
“마이너리그 때 다른 선수들이 자기 나라의 국기를 그려넣은 걸 보며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WBC를 통해 국산 방망이을 쓰기 시작하면서 방망이 끝에 그려넣게 됐다. 그 덕분인지 클리블랜드 팬들도 이제 직접 태극기를 그려와서 나한테 사인을 받는다. 그럴 때는 가슴이 뭉클하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