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만원사장, 개인가입자 확보전쟁 중단 선언
29일 서울 중구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만원 사장(사진)은 가입자 확보 경쟁을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신 ‘산업 생산성 증대(IPE)’라는 신사업을 통해 기업 고객 대상 정보통신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목표도 원대했다. 10년 내로 이 사업에서 매출액 20조 원을 달성하고, 그 가운데 절반은 해외시장에서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다.
○ ‘게임의 룰’이 바뀌다
IPE 서비스는 기업 고객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일종의 정보통신 컨설팅 서비스다. 직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설치 및 직원 교육까지 전담한다는 게 일반적인 컨설팅 서비스와의 차이다. 해외기업 가운데선 IBM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이런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이 새로운 시장에 뛰어든 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날 발표한 3분기(7∼9월) 실적에서 SK텔레콤은 3조567억 원의 매출과 618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하지만 이 기간에 단말기 보조금, 대리점 수수료 등 마케팅 비용에만 8340억 원을 썼다. 그런데도 매출액은 2분기(4∼6월)보다 0.4% 줄었다.
게다가 경쟁사의 추격도 거세졌다. KT는 최근 ‘게임의 룰’을 바꾸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무선랜으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지역에서 휴대전화를 인터넷전화로 쓰도록 하는 유무선통합(FMC) 휴대전화 서비스다. KT는 이 서비스를 쓰면 통화료를 34% 절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선과 무선 통신을 결합해 전혀 다른 서비스를 선보인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FMC를 도입하면 회사로서는 매출 감소 요인이 있지만 가입자가 늘고 데이터 통화가 늘어나기 때문에 매출 손실을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아예 ‘경기장’을 바꾸다
SK텔레콤은 이런 서비스를 하기 어렵다. KT는 KTF와 6월 합병했기 때문에 유선통신과 무선통신 서비스를 한 회사에 갖고 있어 융합 서비스를 쉽게 할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무선통신만 서비스한다. 지난해 SK브로드밴드(옛 하나로텔레콤)라는 유선통신업체를 인수했지만 합병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SK텔레콤은 KT가 설정한 새로운 경기 규칙을 따르는 대신 아예 경기장을 바꿔버렸다. 소비자 시장에서의 경쟁 대신 새로운 시장을 찾기로 한 것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