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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길]‘愛人敬天’ 도전 40년

입력 | 2009-10-29 03:00:00

〈45〉시간이 돈이다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신문 읽어
회사 주요 결재는 9시 이전 끝내
약속시간 10분 전 도착이 철칙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장영신 회장. 1975년 모습이다. 장 회장은 모든 약속 시간에 10분 일찍 도착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그는 효율적인 시간 경영이 경영의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애경그룹


모든 사람은 고유의 라이프스타일이 있다. 낮에는 힘들어하다가도 해가 지면 눈이 초롱초롱해지며 기운이 솟고 창의적인 일을 잘 하는 올빼미형이 있는가 하면, 초저녁에는 졸려서 눈을 비비고 끝내 일찍 자지만 아침 일찍 일어나 중요한 일을 하는 새벽형이 있다.

나는 전형적인 새벽형 인간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에게는 건강이 제일인데, 그런 면에서 나는 잘 먹고 잘 자는 건강 체질이고 ‘나인 투 파이브’의 수면 스타일을 보인다. 이른 아침에 일을 하는 것이 나에게는 훨씬 능률이 높다. 늘 새벽 5시에 일어나 조간신문을 읽고 주요 업무를 사전 점검하고 계획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찍 일어나 집무실로 출근한다. 경영 일선에 있을 때 출근 시간은 오전 7시였다. 비서나 다른 직원 누구보다 먼저 출근했다. 사실 더 일찍 출근하고 싶었지만 나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할 운전사에게 미안해서 일부러 출근 시간을 늦췄다. 만일 내가 스스로 운전을 했거나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했더라면 더 빨리 출근했을 것이다.

출근하자마자 사무실에서 라디오 클래식 방송을 틀어놓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은 주로 이른 아침에 했다. 회의도 결재도 일찍 끝내 관청과 은행이 문을 여는 오전 9시 이전이면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회장이 아침 일찍 출근하다 보니 중요한 결재를 받아야 할 일이 있는 계열사 사장이나 임원은 8시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했다.

내 뒤에서는 아마 이런 일이 고달프다고 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회장에게 결재를 받기 위해 하루 종일 무턱대고 대기하기보다는 효율적이었으리라 생각한다. 큰아들(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도 나와 비슷한 생활패턴으로 오전 8시면 이미 사무실에 출근해 웬만한 결재를 마친다고 하니 모전자전이 아닌가 싶다.

나는 사업을 위해서든 개인적 일이든 약속을 하면 약속시간 10분 전 도착해 상대방을 기다린다. 비즈니스 미팅을 하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내가 이렇다 보니 약속시간에 단 5분이라도 늦는 사람은 첫 대면부터 뭔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단 5분 때문에 사람에 대한 모든 평가가 급절하되는 경우도 있다. 시간은 비즈니스는 물론이고 모든 인간관계에서 성패를 좌우하는 첫 관문이다. 시간약속을 지키는 작은 사실 하나가 사람의 성격과 인격을 대변해 주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느 분이 “장 회장님은 모름지기 여자인데, 늘 먼저 약속장소에 나가서 상대방 남자를 기다리는 것이 모양새가 좀 안 좋아 보인다”며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한 적이 있었다. 나는 “듣고 보니 그렇네요”라고 답한 뒤 한참 같이 웃었지만 상대가 남자든 여자든, 나이가 많든 적든, 지위가 높든 낮든 오래된 습관처럼 약속시간 10분 전에 나가서 상대를 기다린다.

그런데 10분 전에 도착하려다 보면 30분 전, 혹은 그 훨씬 전에 도착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나의 이런 시간관념을 자식도 배워서인지 우리 가족은 시간에 철저하다. 집안 행사나 모임에서 약속을 정하면 너무 빨리 도착해서 탈이다. 한 번은 생일축하 가족모임이 저녁 6시에 있었는데 대부분 나보다 더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곧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거의 마쳤을 무렵에 뒤늦게(?) 막내아들(채승석 애경개발 사장)이 도착했는데, 시간을 보니 정확히 6시였다. 그때부터 우리 손녀들은 “우리 가족은 6시 모임이면 6시에 끝난다”는 얘기를 해 다 함께 웃곤 한다. 남편의 기일에도 마찬가지다. 해마다 7월 기일에 남양주 묘소를 찾는데, 아침 7시에 모여 추도식을 하기로 약속하면 어김없이 7시에 끝난다.

하루는 똑같이 24시간이며 경영전략에서 시간은 곧 돈이다. 체력을 해치면서까지 잠을 줄이고 일을 한다고 해서 경영효율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길다고 효율적이지 않다. 휴식과 일을 어떻게 분배해서 주어진 24시간을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시간뿐 아니라 돈을 쓰는 방법 역시 마찬가지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