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학자 분석 눈길
“개인적으로든 사회적으로든 스트레스가 심하면 매운맛을 선호합니다. 임진왜란 전후에 고추가 들어오고 6·25전쟁을 겪으며 매운 음식이 확산된 것이 이를 잘 보여 줍니다.”
연간 국내 고추 소비량 20만∼25만 t, 1인당 소비량 3.8kg. 국내 채소 가운데 소비량 1위를 차지하는 고추.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고추를 많이 먹고 매운맛을 즐기는 걸까.
이와 관련해 민속학자의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연구원이 30일 경북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열리는 한국민속학자대회에 발표할 예정인 ‘고추, 그 매운맛에 대한 역사민속학적 시론-한국사회는 왜 고추의 매운맛에 열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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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고추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임진왜란 전후. 18세기 초반 고추 재배가 보편화되고 18세기 후반 김치와 고추장 음식 문화가 정착됐다. 안 연구원은 “고추가 음식 재료로 정착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50여 년인데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른 속도”라고 평가했다.
안 연구원은 그 요인으로 △조선 사람들이 고추 전래 이전부터 매운맛을 좋아한 점 △고추의 재배가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한 점 △김장 등 겨울식품의 양념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점 등을 들었다. 그는 또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 전쟁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고추의 매운맛을 찾게 했을 것으로 추론했다.
안 연구원은 고추의 매운맛이 더욱 확산된 시기를 1950년대로 보았다. 그는 “6·25전쟁, 빈곤과 기아의 스트레스가 매운맛을 찾게 했다”고 추론한다. 1953년 고추장을 사용한 신당동 떡볶이가 나온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안 연구원은 “고추의 매운맛은 중독 증세와 엔도르핀 효과에 힘입어 상업성을 띠었다”며 “이에 따라 1960년대 무교동 낙지볶음, 경기 연천의 망향비빔국수, 대구의 매운 갈비찜 등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안 연구원은 “최근 고추의 매운맛을 즐기는 계층은 20, 30대 젊은층”이라며 “취업난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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