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화가 선무가 그리는 '코리아'
(박제균 앵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0월 26일 동아 뉴스 스테이션입니다.
8년 전 생사의 기로에서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화가가 있습니다. 북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 얼굴과 본명을 밝히지 못하는 이 화가는 휴전선의 경계를 없앤다는 뜻으로, '선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현수 앵커) 북한의 모순 된 실상과 자신의 바람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표현하는 탈북화가 선무의 두 번째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영상뉴스팀 구가인 기자가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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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적인 포즈의 여성, 북한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붉은 스카프가 아이러니컬하게 다가옵니다.
활짝 웃는 북한 어린이가 손에 쥔 것은 애플의 '아이팟'. '오픈'이라는 글씨가 눈에 띕니다.
북한의 선전화를 닮았지만, 그림 속에는 닫힌 북한 사회가 변화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인터뷰) 선무 / 탈북화가
"(아이팟이) 미국 건진 잘 몰랐는데, 저게 최신 유행이라고 하더라고요. 좀 외부의 소식을 들으라고 난 끼워준 거죠. 이 자세는 북한에서 미국이나 일본, 남한을 삿대질하는 자세인데, 제국주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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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부산 국제비엔날레에서는 김일성 초상화를 그린 작품 전시가 막판에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 너무 정치적이지 않냐, 이런 소릴 많이 듣는데. 나는 정치가 뭔지 잘 모르고요. 내가 북한에 사는 내 부모, 형제, 친구들, 그 속에 사는 사람들 얘기를 하려니까. 그리고 또 내 삶이 보기에 정치적이라면 내가 굳이 그걸 피할 이유가 없다는 거죠."
남쪽에서 생활한지 8년째.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한국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느끼는 것도 많습니다. 두 번째 갖는 이번 개인전에는 북한 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모습도 담아냈습니다.
(인터뷰)
"촛불시위 나가서 구경도 하고, 이런 공부들을 나름 하려고 해요. 아직은 내 나름으로 (한국사회 문제에 대한) 판단이 작품으로 옮기기까지 선 건 아니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야 할 거 같아요."
한반도 안, 다른 두 사회를 화폭에 담는 화가 선무. 자신의 이름처럼 남북을 가르는 선이 사라지길 바라며, 그는 오늘도 그림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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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감은 있죠. 부모형제에게 미안한데… 그 미안함을 이런 식으로 갚아드리려고요. 사명감? 거창하진 않은데, 어쨌든 그런 생각."
동아일보 구가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