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국공관 내 탈북자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탈북자들의 현재 상황이다. 말이 보호시설이지 ‘감옥 아닌 감옥’이라고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입을 모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공관 진입 후 빠르면 3개월 안에, 늦어도 6개월이면 한국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엔 1년을 넘기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외교통상부는 2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중국 선양 한국총영사관에는 국군포로 가족 3명을 포함한 탈북자 30여 명이 1년 넘게 생활하고 있다”고 밝혔다. 1년 6개월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일반 탈북자뿐이 아니다. 납북됐다가 탈출한, 한국 국민인 납북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피랍 33년 만에 탈북한 납북어부 윤모 씨(67)는 선양 한국총영사관에서 9개월을 기다리다 올 2월에야 고국 땅을 밟았다. 올 초 그의 가족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에 조기 송환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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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가 출국 절차를 빨리 처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탈북자가 많은 것도 아니다. 보호시설에 머무르는 탈북자는 현재 수십 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절차가 지체되는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은 방한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 내 탈북자들에 대한 선처를 요청했다. 그동안 양국 관계의 민감한 문제로 여겨져 온 것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나아졌다는 소식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보호시설 탈북자들의 한국행은 늦어지고 있다. 중국 공안이 탈북자를 체포해 북송하는 것도 여전하다. 최근 국군포로의 가족들도 체포됐다. 팔순의 국군포로는 두 달째 공안에 의해 억류돼 있다. 중국 정부의 성의 있는 태도와 한국 정부의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한 때다.
이헌진 베이징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