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수원 녹색구매세계대회 개막식 참석“5분만 취재허용” 지나친 언론통제 눈살
그러나 이날 고어 전 부통령의 행태를 지켜본 많은 환경운동가와 행사 관계자들은 뭔지 모를 씁쓸함을 지워버릴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조연설이 있은 수원의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강당에는 그를 보려는 참가자 1000여 명이 빼곡히 들어찼다. 취재진도 100여 명이나 왔다. 고어 전 부통령에 앞서 축사를 한 이만의 환경부 장관과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축하인사와 함께 고어 전 부통령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장내 박수를 유도하기까지 했다.
고어 전 부통령의 차례가 되자 이번 대회의 좌장을 맡은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사회자를 제치고 직접 단상에 올랐다. 김 전 장관은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영어로 앨 고어를 소개하겠다”고 했다. 미국 부통령 재임 기간부터 시작해 상원의원 경력, 현재 미국 방송국 커런트TV 사장, 제너레이션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회장, 애플컴퓨터 사외이사, 구글 비공식 자문역, 기후보호동맹 회장 등 세세한 이력이 모두 소개된 뒤에야 끝났다.
고어 전 부통령은 세계에서 몇 손가락에 들 만큼 영향력 있고 바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행사에도 전용기를 타고 왔고, 기조연설 이후 오찬만 한 뒤 곧바로 중국으로 떠났다. 한 참석자는 “바쁜 일정을 쪼개 온 것이라 전 세계 시민들에게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동참을 촉구하는 데 더없이 좋은 기회로 여겨졌는데 철저한 언론통제를 보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