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의무 다하고 가교역할
올해 5월에 입법예고한 개정안은 국적을 회복하는 해외입양인에 대해서도 복수국적을 용인할 것임을 시사해 주목을 끌었다. 변화가 여기에서 그친다면 개발도상국형 국적제도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선진국형 국적제도를 향한 고민은 우리나라가 100만 명의 이민 인구를 가진 나라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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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민자와 자녀가 복수국적을 가지면 다문화 가족이 삶의 지평을 넓히고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할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는 점은 자주 지적됐다. 그에 비해 2만 명의 국내 화교는 국적 이민 정책의 논의에서 소외됐다는 느낌을 준다. 대만 국적을 가진 화교는 제약이 이만저만하지 않다. 대만의 취약한 국제적 지위 때문에 비자면제협정을 체결한 나라가 거의 없어 해외여행에도 불편이 많다. 또 대만 재외 국민의 지위 자체가 불안정해 대만 입국에도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이다. 이름뿐인 국적으로 표상되는 대만과의 상징적 유대만 존중해준다면 이들이 귀화할 동기는 충분하다.
선진국형 국적제도가 요구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보충적 출생지주의이다. 영주자격을 가진 외국인 부모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출생한 사람에게 국적을 주는 정주자 출생지주의, 부모가 외국인으로서 한국에서 출생했고 본인도 한국에서 출생한 사람에게 국적을 부여하는 이중 출생지주의를 도입할 필요는 없는가? 정주자 출생지주의는 영국 호주 아일랜드 등 고전적 출생지주의 국가가 국적 부여의 대상을 좁히기 위해, 대표적 혈통주의 국가인 독일이 이민 자녀를 국민으로 만들기 위해 도입했다. 19세기 중반 프랑스가 개발한 이중출생지주의는 혈통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유럽 대륙의 여러 나라가 이민통합을 위해 채택했다. 보충적 출생지주의에 대해서는 2005년에 법무부 실무자와 민간 전문가가 긍정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관용 차원 아닌 통합 위해 필요
이 같은 제안은 단순히 이민자에게 관용을 베풀고 혜택을 주자는 감상주의적 발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 정주하는 외국인을 국민으로 만들어 통합성을 높이고 인구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자는 취지다. 아무런 신분증도 없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고 국적이 없기 때문에 보낼 나라도 없는 무국적자를 만들어내지 않는 방안이기도 하다.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에게도 복수국적을 용인할지와 같은 자질구레한 쟁점을 갖고 왈가왈부하기보다는 국민의 경계를 어떻게 획정할지에 철학적 논의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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