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업 86명 ‘美#사랑’, 영등포구치소서 무료봉사대원들 “우리끼리 깎을땐 너무 짧아 수용자로 착각”
‘美#(미샵)사랑 봉사단’ 회원들이 20일 서울 구로구 영등포구치소 경비교도대를 찾아 대원들의 머리를 무료로 잘라주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 달에 두 번씩 구치소에서 미용 봉사를 벌여 온 이들은 더 체계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달 13일 봉사단을 꾸렸다. 사진 제공 구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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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로 전동 트리머(일명 ‘바리캉’)가 지나가자 그새 자란 머리카락이 잘려 어깨 위로 떨어진다. 옆머리 등 유독 덥수룩한 부분은 가위로 섬세하게 손질한다. 프로 미용사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오간 지 10여 분. 한 병사의 까치집 같던 머리는 다시 밤톨 모양으로 돌아왔다.
20일 서울 구로구 영등포구치소 안 경비교도대. 사실상 금녀(禁女)의 공간인 이곳에 미용실 ‘원장님’들이 떴다. 한눈에 봐도 미용업계 종사자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한껏 꾸민 머리와 화려한 화장이 눈에 띄었다. 이들이 능숙하게 들어선 곳은 부대 안 좁은 미용실. 대형 거울과 의자 3개, 스프레이, 빗 등을 갖춘 미용실 문 밖으로는 이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군인들이 줄을 서 있었다.
전문 헤어디자이너인 이들은 ‘美#(미샵)사랑 봉사단’ 단원들이다. 구로구 내 미용실과 이·미용기 제조 판매업체 등 미용 관련 업계 종사자 86명이 모여 만든 자원봉사 모임으로 그동안 개인적으로 간간이 펼쳐오던 미용 봉사를 체계적으로 정비해 더 큰 규모로 이어 나가자는 취지로 13일 봉사단을 창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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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서용숙 대한미용사회 구로구지회장은 평소 함께 봉사활동을 하던 동료 미용사들과 한 달에 두 번씩 구치소를 찾기 시작했다. 다만 신세대 군인들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봉사자는 원장급으로만 특별히 ‘초빙’했다. 군인 머리 같은 반(半)삭발 머리는 긴 머리와 달리 오히려 잘못 건드리면 영구 혹은 버섯 모양 머리가 되기 십상이기 때문.
“처음에는 군인들도 거부감을 보였죠. 실력을 못 믿겠는지 ‘너무 짧게 치진 말아 달라’, ‘귀 뒤로 살이 안 보이게 해달라’ 등 주문도 많았고요. 물론 이제는 알아서 믿고 맡깁니다.”
봉사단 창단 이후 처음 방문하는 이날 원장님들은 구로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새로 지급해 준 주황색 봉사자 활동복을 갖춰 입은 채 군인들의 머리를 한명 한명 정성껏 깎았다. 이들은 앞으로 구치소뿐 아니라 구로구 내 양로원과 병원, 치매센터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찾아가 미용 봉사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봉사단을 꾸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병원부터 지하철 역사까지 곳곳에서 섭외 부탁이 오고 있어요. 우리도 일주일에 한 번 쉬는 직장인이지만 바쁜 시간 쪼개서라도 미용 봉사는 계속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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