出禁요청직전 필리핀으로
회삿돈 1898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 동아건설 자금관리 부장 박모 씨(48)로부터 돈을 받은 인물에 대해 경찰이 출국금지를 요청했으나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서울 광진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박 씨의 주변 인물 가운데 정모 씨가 박 씨에게 수억 원을 받고 함께 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출입국관리소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정 씨는 이미 10일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였다. 서울동부지검과 경찰은 박 씨가 찾은 1억 원짜리 고액권 수표 중 일부가 정 씨 등 20여 명의 손으로 들어간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있으나 이미 정 씨가 출국해 수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정 씨와 함께 경찰이 출국금지를 요청한 김모 씨(42)는 박 씨가 도피 중에 유일하게 접촉한 사람으로 경찰은 김 씨를 주요 수사 대상자로 지목하고 있다. 김 씨는 오래전부터 박 씨와 어울려 도박장을 다닌 사이로 강원랜드 카지노 폐쇄회로(CC)TV를 통해 여러 차례 박 씨로부터 카지노 칩과 돈을 건네받는 모습이 확인됐다. 김 씨는 도피 중인 박 씨와 수차례 만나 대포폰을 구해주는 등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박 씨는 빼돌린 공금의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돈세탁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 씨는 고액권 수표를 3000만 원 이상의 현금으로 바꾸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자동 보고되는 점을 알고 있었다. 박 씨와 김 씨는 여러 은행을 다니면서 1억 원짜리 수표를 1000만 원짜리로, 다시 소액권 수표로 계속해서 바꿔가며 한 은행당 현금이 3000만 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환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