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여사가 뜨개질한 장갑-양말김 전 대통령 서거 열흘 전 부인 이희호 여사가 남편의 쾌유를 기원하며 뜨개질한 베이지색 벙어리장갑과 양말, 김 전 대통령이 평소에 썼던 녹음기가 눈에 띈다. 연합뉴스
DJ 유품-회고 동영상 공개
낡은 사전-늘어진 양말 눈길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진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잔디광장에선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즐겨 쓰던 유품 40여 점이 전시됐다.
지난달 13일 병원에 입원하면서 입었던 회색 양복과 와이셔츠, 늘 곁에 뒀던 지팡이와 목이 늘어진 양말, 지갑, 손목시계 등 고인의 손때가 묻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DJ 측 관계자는 “1971년 교통사고로 생긴 고관절 질환으로 지팡이는 평생의 벗이 됐다”고 전했다.
‘1972년’이란 발간연도가 찍힌 낡은 영일(英日)사전과 안경, 돋보기, 서거 열흘 전 부인 이희호 여사가 남편의 쾌유를 기원하며 뜨개질한 베이지색 벙어리장갑과 양말 등도 전시됐다. DJ는 6월 초 시력이 악화되기 전까지 국내 신문뿐 아니라 돋보기로 사전을 찾아가며 일본 신문도 빼놓지 않고 읽었다고 한다.
이에 앞서 김대중도서관은 22일 김 전 대통령이 자신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회고한 육성 동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동영상은 그가 2006년 7월∼2007년 10월 모두 43시간 동안 김대중도서관의 ‘구술사(Oral History) 프로젝트’에 참여해 구술한 내용 중 10여 분 분량이다.
김 전 대통령은 동영상에서 자신의 반세기 정치역정을 회고하면서 “국민의 마음을 잡고 국민을 따라간 사람이 패배한 법이 없다. 일시적으로는 패배하더라도 그 사람이 죽은 후라도 반드시 그 목표가 달성되고 성공을 한다”고 강조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발생 50일이 지나 옥중에서 소식을 전해 듣고는 “너무 충격을 받아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회고했다.
아버지인 자신 때문에 내란 음모사건에 연루돼 심한 고문을 받은 장남 홍일 씨를 향한 애틋한 부정도 드러냈다. 사형 선고 후 청주교도소에서 지내던 1981년 대전교도소에서 아버지의 생사를 모른 채 걱정하던 홍일 씨의 편지를 받고서는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쏟아져 가슴에 품고 있다가 밤이 돼서야 이불을 올려서 덮고 봤다”고 회상했다.
영국 헨리 8세 시대의 순교자인 ‘토머스 모어’라는 영세명을 받은 것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은 “‘토마스 아퀴나스도 있는데 왜 하필이면 토머스 모어냐’고 했는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