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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조용식]‘해운대’ 지진해일 오해와 진실

입력 | 2009-08-06 02:57:00


2004년 12월 26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해일(쓰나미)은 동남아시아는 물론 멀리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광범위하게 피해를 줬다. 우리나라 국민 20명을 포함하여 약 30만 명의 인명피해는 물론 미화 100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해 지진해일에 대한 세계적인 경각심을 고조시킨 바 있다. 최근 지진해일을 소재로 한 재난영화 ‘해운대’를 관람했다. 영화 제작 전 윤제균 감독이 본인의 연구실을 방문했을 때 지진해일 관련 자료를 약간 제공한 답례로 영화 초대권을 보내줬다. 영화는 흥행은 물론 한국적 재난영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등 매우 성공적이라고 각종 매체가 평가하고 있다.

지진해일을 전공하고 또 연구하는 학자적 관점에서 영화에 다소 오해가 있는 몇 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2004년 수마트라 지진해일 때 주인공이 타고 있던 원양어선이 위험에 빠진 상황은 사실 별로 사실적이지 못하다. 지진해일은 장파(long wave)로 구분되며 수심이 깊은 지역에서는 파고가 영화에서처럼 높지는 않고 폭풍이 동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화에서의 장면은 폭풍해일(storm surge)을 묘사한 것에 근사하다. 둘째, 해운대를 급습하는 지진해일은 거의 연직 형태로 밀려오는데 이 또한 과학적이지 못하다. 지진해일을 포함한 파도는 바닥마찰 등의 영향으로 지진해일 윗부분이 다소 빠르게 진행하므로 앞으로 기운 형태로 해안선으로 접근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셋째, 지진해일의 위력은 가공할 만하나 10층이 넘는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무너뜨리거나 침수시킬 만한 위력은 없다. 물론, 영화에서와 같이 초대형 지진해일(mega tsunami)일 경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발생한 적이 없어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마지막으로 가장 큰 오해는 실제로 쓰시마섬 부근에서 거대 해저지진이나 해저붕괴가 발생할 수 있는가에 관한 점이다. 2005년 3월 20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리히터 규모 7.0의 해저지진 때 매우 작은 규모의 지진해일이 발생한 적은 있으나 쓰시마섬 부근에서는 역사적으로 초대형 지진이 발생한 기록은 없다.

이런 점에도 불구하고 본 영화를 적극 환영하는 이유는 발생 확률 1% 이하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인명을 중요시하는 방재 측면에서 지진해일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고취시켜 주기 때문이다. 영화 해운대에서 지진해일이 급습하는 장면은 본인은 물론 정부 방재 관계자도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로 설정하는 상황이다. 대부분이 현장 지리에 익숙하지 않은 수십만 명의 인파가 한여름 휴가철에 해운대와 같은 해수욕장에 모였을 때 지진해일이 급습할 경우 엄청난 인명피해는 불을 보듯이 명확한 사실이다.

최근 한반도 주변에서는 매년 20여 차례의 해저지진이 발생해 지진해일에 대한 국가적인 방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진해일 방재대책은 과학적인 연구결과를 근거로 지방자치단체별로 지역 특성에 맞는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지진해일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재해정보도 작성을 의무화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지진해일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하여 방재대책을 수립한 사례가 거의 없으므로 영화 해운대에서와 같이 지진해일 발생 시 방어체계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이 글에서 지적한 몇 가지 오해에도 불구하고 지진해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영화 제작에 참여한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는 이유는 많은 국민이 지진해일에 대해 다소라도 관심을 갖도록 한 사실 때문이다.

조용식 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