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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한국식 ‘빨리빨리’ 더 안통해…생각하면서 뛰는 기업돼야

입력 | 2009-06-27 03:00:00


■ ‘빠른 기업’에 대한 재해석

국내 기업들은 놀랄 만큼 짧은 기간에 제품과 기술을 개발해 선진국 기업들을 따라잡았다. ‘속도’가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좀 더 스마트한 속도 전략을 추구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단순한 따라잡기 전략으로 충분했지만, 이제는 국내 기업들의 사업 규모와 수준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빠른 기업(fast company)’에 대한 재해석이다.

○ 방향성과 완급 조절

재해석의 첫걸음은 빠름의 속도만큼 ‘빠름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단기적 관점의 성과 창출,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의사결정, 절차와 기본을 무시하는 경영 관행 등 한국식 ‘빨리빨리’ 경영방식은 한 방향으로만 열심히 달려온, 불완전한 스피드 경영이었다. 무조건 남보다 빠른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빠르되 올바른 방향으로 달려야 승자가 될 수 있다.

과거 씨티그룹은 신속한 고객 대응과 앞선 금융상품 개발로 거대 금융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도적 위치 선점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진입한 주택담보대출 분야가 결국 씨티그룹 몰락의 주요 원인이 되고 말았다.

두 번째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속도의 완급 조절(control)이다. 자동차가 무조건 빨리 달리기만 하면 연료소비효율이 떨어지고 사고의 위험은 높아진다. 숙련된 레이서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만 사용하지 않고, 적절하게 기어를 바꿔가며 속도의 완급을 조절한다. 속도만 강조하는 스피드 경영 역시 자원의 낭비나 질 낮은 혁신의 반복을 낳게 되고, 이로 인해 조직의 피로도는 초기에 높아져 끝내는 탈진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 지속성 고려와 체계적 준비

세 번째, 속도를 ‘지속성(sustainability)’이란 관점에서 고려해야 한다. 우리는 많은 벤처기업이 초기의 눈부신 사업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는 사업포트폴리오를 못 찾아 몰락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앞으로도 물론 시동을 빨리 걸어 먼저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의 경쟁력은 출발 이후에 그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얼마나 오래 달릴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조직은 상반된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양손잡이 형태(ambidextrous organization)를 지향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에 존재하는 다중적이고 상반된 전략과 문화를 잘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앞서 말한 모든 것의 기반이 되는 것은 환경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사전에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을 마련해 놓음으로써 빠름의 준비도(readiness)를 높이는 것이다. 기업은 고객의 성향이나 기호 변화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고 고객 니즈를 미리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불황기라 할지라도 지속적으로 차세대 성장 엔진 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평상시에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선수들이 실전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고, 사전에 철저한 점검과 충분한 워밍업을 거친 자동차가 레이스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빠른 기업의 재해석’ 참조, 기사 전문은 동아비즈니스리뷰 36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이호준 헤이그룹 이사 jun_lee@haygroup.com

정현석 부사장 harry_chung@haygrou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