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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영어에 빠졌다

입력 | 2009-05-15 02:56:00


英美서 강사 수입… 고액과외… 캐나다 홈스테이

북한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캐나다로 가 현지 가정에서 숙식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캐나다 민간단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14일 보도했다. 과거 영국 정부 초청으로 북한 대학교수 2명이 1998년 영국 대학에서 여름학기 과정을 이수한 적은 있으나 학생들이 영어를 배우기 위해 영미권 국가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 영어 빗장을 풀다

북한 영어교육은 남한의 외국어고에 해당하는 각 도의 외국어학원에서 대학 영문학과로 이어지는 엘리트 중심 교육이다. 일반 중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긴 하지만 교사 수준이나 학생들의 열의는 매우 떨어진다. 북한 학생들의 토익 성적이 일본 평균보다 높다는 보도도 나왔으나 이는 북한 국적의 일본 총련 학생들 성적을 북한 전체 학생 성적으로 오인한 것이다. 적대관계인 영미권 국가들과의 접촉이 차단됐던 시절 김일성대나 평양외국어대 같은 최고 영어교육기관 극소수 교수들만이 탄자니아나 인도 같은 비주류 영어권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동유럽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엔 그나마 유학생 파견까지 중단됐다.

그러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 집권 8년 동안 북―미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기간 북한의 ‘영어 문호’는 전례 없이 활짝 열렸다.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북한 교육성이 영국 정부 산하 영국문화원을 통해 2002년부터 지금까지 10여 명의 영어강사를 받아들인 것. 이들은 당초 1년 계약을 하고 북한에 머물기로 했으나 북한 측 요청으로 지금까지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엔 강사 추가 파견에 합의하기도 했다.

이와는 별도로 북한은 틈만 나면 영미권 민간단체들에 원어민 영어강사 파견을 요청했다. 그 결과 미국 캐나다 민간단체들이 영어교사를 파견했다. 미국 거주 대학교수가 김일성대에서 4년 넘게 교편을 잡은 사례도 있다.

○ 영어 열풍 배경

북한에서는 고액의 외국어 사교육도 등장하고 있다. 노동자 월급이 아무리 많아야 2만∼3만 원에 불과한 북한에서 한나절 가르치고 북한 돈 10만 원(우리 돈 약 3만5000원)을 월급으로 받는 고액 영어과외도 생겼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중국과 인접한 도시들엔 중국어 과외 바람까지 불고 있다. 이는 고위간부들의 자식사랑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엘리트 영어코스를 거치고 부모가 힘을 좀 써주면 외교관 등 ‘달러 확보’와 가까운 알짜 직업을 얻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2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방북한 영국 상원의원들을 만나 “손녀가 영국 원어민 강사들로부터 영어를 배운다”며 원어민 교사 파견 확대를 요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에선 일류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다는 자체만으로도 특권이다. 한국 책을 갖고 있으면 정치범으로 몰리기 십상이지만 영어 사전만은 예외다. ‘대한민국’이란 단어만 삭제된 채 문제없이 돌아다닌다.

영어 열풍의 밑바닥에는 외부 세계를 향한 엘리트들의 욕망과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선견지명이 있다. 북한 엘리트들이 ‘자식 세대에는 반드시 개방될 것이며 이때 외국어 지식이 무엇보다 요긴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당장은 쓸데가 없을지라도 가까운 장래엔 반드시 독점적 외국어 지식이 권력과 돈을 낳을 것이라는 북한 엘리트들의 믿음이 영어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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