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돼지인플루엔자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경기 안양시 만안구 중앙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질병진단센터에서 연구원들이 멕시코산 돼지고기 시료를 채취해 바이러스 정밀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안양=원대연 기자
■ ‘멕시코산 돼지고기 전량 검역’ 국립수의과학검역원
27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중부지원 관할 검역시행장인 경기 광주시 삼동 효성냉장에 비상이 걸렸다. 멕시코산 돼지고기의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한 첫 검사지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검역원은 돼지고기에 유해물질이 남아 있는지만 검사해왔다.
첫 검사를 받을 돼지고기 샘플을 고르기 위해 담당 수의사와 함께 영하 20도의 냉장창고에 들어섰다. 1000t가량의 돼지고기, 닭고기 등 각종 수입 축산물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수의사는 ‘멕시코산(Product of Mexico)’ 이름표를 단 상자들 앞에 멈춰 무작위로 상자 10개를 골라 내왔다. 그는 각 상자에서 500g으로 낱개 포장된 돼지고기를 하나씩 꺼내 시료 봉투에 넣어 각각 밀봉했다. 10개 샘플이 한 작업장의 멕시코산 돼지고기를 대표해 검사대에 오르는 것이다. 검역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작업장당 3개씩만 골라 이물질이 남아 있는지만 조사했지만 돼지인플루엔자 출현으로 10개를 골라 정밀검사를 한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 정부는 멕시코산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전량검역’을 선언했다. 이는 모든 수입건수를 조사한다는 뜻으로 수입 신고된 건수당 샘플 10개씩을 검사한다.
○ ‘철통 검역’ 돌입한 검역원
돼지고기 샘플을 전달받아 검사하는 경기 안양시 수의과학검역원 본원도 ‘철통 검사’에 돌입했다. 식품 위생이 ‘제2의 국방’으로 불리는 점을 생각하면 이곳은 바이러스 침투를 방어하는 ‘위생 국경지대’인 셈이다. 이곳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판정된 고기는 즉각 반송되거나 폐기 처분된다. 검사에 합격해야 유통망에 흘러들어가 소비자를 만날 수 있다.
검역원 내 질병진단센터에서는 연구원 2명이 마스크와 보호안경으로 우주인처럼 무장하고 하얀 방역복을 착용한 채 돼지고기 시료액을 추출하고 있었다. 시료액을 조류 등의 적혈구와 접촉시켰을 때 응집반응이 나타나면 돼지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응집 실험을 위한 본격적인 시료액을 만드는 데만 10일이 넘게 걸린다. 이어 유전자 검사를 거쳐 최종 감염 여부를 판별하는 데는 최대 18일가량 기다려야 한다.
복잡하고 긴 검사 과정이지만 검역원의 검역·검사 실적은 세계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고 자평하고 있다. 검역원에 따르면 2005년 정밀검사 실적은 수입품 100t 가운데 약 1.18t으로 일본(0.31t), 미국(0.19t)에 비해 높았다. 수입축산물 잔류물질 검사항목도 2005년 123건에서 지난해 136건으로 늘었다.
○ 아직 갈 길 멀다
한국이 특히 철통 검역·검사를 갖춰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지정학적으로 질병에 취약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각종 질병이 창궐하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국가가 인접해 있고 교역량이 막대하다. 전문가들은 검역원의 과학적 수준이 높더라도 지정학적 허점을 생각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질병과의 장기전을 위해 검역원 인력의 질적, 양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영순 서울대 수의과대 교수는 “한국 검역은 ‘무엇을 검사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가 상당히 허술하다”며 “멜라민이 들어간 중국 분유, 클렌부테롤이 들어간 중국 육수 등 현지에 퍼져 있는 정보를 사전에 수집할 수 있도록 해외 파견 검역관의 인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검역원의 인력 보강도 시급하다. 검역원 관계자는 “여객터미널이 최근 증설됐지만 검역관 인력은 거의 그대로”라며 “공항은 물론이고 항만에서 농축산물 검역을 책임질 인력이 보강돼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양=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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