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들 역할은
‘닌따’ 현상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만들어 낸 새로운 현상이다. 아날로그 세대를 거친 기성세대들은 이해할 수 없을지 모르지만 디지털 기기가 일상화된 초등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닌텐도DS가 없는 것이 더 이상하게 여겨지는 셈.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정보문화팀 김은정 팀장은 “갈수록 인터넷 등 디지털 문화에 대한 접근성의 차이는 줄지만 게임 실력이나 음악 다운로드 건수 등 디지털 콘텐츠를 다루는 능력의 격차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초등학생들의 부모 세대는 대부분 1990년대 ‘내 PC’를 가지고 PC통신을 즐긴 경험이 있다. 이른바 디지털 1세대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기기나 문화에 젖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들이 닌따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닌텐도 게임기를 사줬지만 게임 시간을 최소화하고 싶은 게 부모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윽박지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디지털 소비는 단순히 제품만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딸려 오는 문화를 구입하는 행태다.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가 게임을 하며 접하는 놀이문화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부모들이 닌텐도 왕따를 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준다는 ‘자기합리화’에 머문다면 닌텐도로 인해 생기는 갈등을 피할 수 없다”며 “요즘 아이들에게는 게임이 단순한 시간 때우기가 아닌, 세상과의 소통 수단인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닌텐도DS를 사준 뒤 부모의 역할이다. 한국교원대 교육학과 임웅 교수는 “대부분의 게임은 단시간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단순한 것이기에 무작정 따라 할 경우 사고의 ‘고착화’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가 직접 게임의 유해성, 중독성 등을 따져 보고, 아이와 의논해 게임 시간을 정한 뒤 아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