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완화 + 주택건설 400억 이익… 화학社 휴켐스 인수… 베트남 발전소 수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제2의 창업’ 시기였다. 1971년 신발 재료 회사인 정일산업을 설립한 이래 수십 년 동안 신발산업에만 머물러 있던 태광실업은 노 전 대통령 집권 5년 동안 화학 건설 전력 골프장 등 광범위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태광실업은 국내외 16개사, 3만여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어 중견 기업을 뛰어넘는 사실상 ‘그룹’이 됐다.
검찰은 이런 박 회장의 사업 확장 뒤에는 노 전 대통령의 직간접적인 도움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14일 노 전 대통령의 600만 달러 수수 혐의에 대해 “구체적인 청탁에 의한 게 아니라 포괄적으로 (박 회장의 사업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노무현 정부가 태광실업에 특혜를 준 게 있는지, 일반적인 지원이라도 꼭 태광실업이 받아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박 회장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는 농협의 알짜 자회사였던 휴켐스를 인수한 것. 태광실업은 2006년 5월 경쟁사들을 제치고 정밀화학업체인 휴켐스를 인수했다. 박 회장은 애초 계약보다 322억 원 줄어든 금액에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태광실업은 2006년부터 계열사인 태광비나와 휴켐스 등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30억 달러 규모인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사업 수주를 추진했으며 지난해 초 사업권을 따냈다. 발전소 건설 경험이 없는 태광비나가 이 사업을 따내는 과정에 당시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무현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04년 태광실업의 계열사인 정산개발은 경남 진해의 옛 동방유량 공장 터를 사들인 직후 고도제한이 완화돼 100억 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이 땅은 다시 박 회장의 위장 계열사인 DNS로 넘어갔고, DNS는 이 땅에 아파트를 지어 300억 원대의 이익을 챙겼다. 또 박 회장은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하기 전인 2005년 6월 세종증권 주식을 대량으로 매집해 259억 원의 차익을 남겼으며 그해 10월에는 경남 김해에 정산컨트리클럽을 개장해 레저산업에 진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기업의 국내외 사업에 국가가 도움을 주는 것이 당연하나, 그 후에 국가가 기업에서 돈을 받으면 죄가 된다”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던 김앤장법률사무소가 14일 법원에 ‘대리인 사임서’를 내고 변호를 중단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은 그동안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것을 우려해 박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 부분을 제외한 조세포탈 혐의 부분만 변호를 맡아 왔다. 그러나 최근 김앤장 소속인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박연차 리스트’에 올라 구속되자 박 회장 변호를 더는 맡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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