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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일본 군사대국화 돕는 北

입력 | 2009-04-07 19:57:00


일본 자위대가 훈련이 아닌 ‘실제 상황’에서 첫 발포(發砲)를 한 것은 창설 45년 만인 1999년 3월이었다. 해상자위대는 북한 공작선으로 추정되는 선박 두 척이 일본 영해를 침범하자 20시간 동안 추격전을 벌이며 기관총 1300여 발을 쏘았다. 금기로 여겨졌던 자위대 발포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순간이었다. 그때 자위대 간부 출신인 자민당의 나카타니 겐 의원은 “50년 만에 오는 좋은 기회”라고 반겼다.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에서 군비강화 주장은 극우세력의 전유물쯤으로 여겨졌다. 이런 분위기를 바꾸고 군사대국화의 길을 열어준 ‘1등 공신’이 북한이었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1호 미사일을 발사하자 정보수집위성 발사계획과 전역미사일방위(TMD) 연구개발계획을 확정했다. 북한의 영해 침입 사건은 자위대 무기사용범위 확대와 신(新)미일방위협력 관련법 제정을 불러왔다. 북한이 2006년 대포동2호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강행하자 일본은 다음 해 방위청을 방위성(省)으로 승격시켰다.

▷최근 일본열도를 넘어간 북한의 로켓 발사로 일본은 다시 들끓고 있다. 군비강화는 물론 ‘평화헌법’을 개정해 자위대를 자위군으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한층 기세등등해진 보수세력은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이 민주화되기 전 북한에 호의적이었던 중도·좌파세력도 일제히 북한을 공격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꾸준히 경계해온 아사히신문도 6일 ‘북한 미사일 발사’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와 ‘북한 미사일, 국제단결로 위협을 누르자’라는 제목의 대형 사설 등 7개 면에 걸쳐 북한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북한 정권은 걸핏하면 ‘민족’을 들먹인다. 그러나 북한의 잇따른 군사도발은 남한에 대한 직접적 위협인 동시에 과거 우리 민족에게 뼈아픈 상처를 준 일본의 국가주의와 군사대국화를 한층 부채질하는 반(反)민족적 행위다. 북한에 거액의 ‘뒷돈’을 대줘 결과적으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10년 좌파정권’과,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에는 눈과 귀를 막고 북한 정권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일부 위선적 종북(從北)세력도 북의 군사도발이 누구를 위하는지 똑똑히 보기 바란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