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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금동근]中 독립운동 유적지서 고개 숙인 후손들

입력 | 2009-04-01 02:59:00


“독립 열사들이 얼마나 고생하셨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약한 의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습니다.”(윤지애·22) “일주일밖에 안 됐지만 역사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선조가 지켜낸 소중한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더 발전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정지혜·21)

지난달 28일 저녁 중국 광저우(廣州)의 한 식당. 23일 상하이를 출발한 ‘임정 90주년, 독립유공자 후손들과 함께 상하이에서 충칭까지’(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이화학술원 주관, 국가보훈처 후원) 탐방단이 행사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각자의 소회를 밝혔다.

최민선 씨(20)는 “일주일 여정인데도 음식과 기후가 맞지 않아 힘들었는데 임정의 그분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눈물겨웠다. 정신력으로 버틴 그분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들의 이야기에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옛 어른들에 대한 진솔한 마음과 다짐이 담겨 있었다. 해외여행을 온 것처럼 들떠 있던 탐방 초기의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신민식 씨(26)는 “관광한다는 기분으로 왔는데 독립운동가의 활동상을 보면서 지금처럼 살면 안 되겠구나 했다”고 털어놨다. 정경한 씨(22)는 “이 순간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듯하다. 그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고 말했다.

7일간의 탐방은 매일 비행기로 이동하고, 저녁때마다 강연을 들어야 했던 여정이었다. 버스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했지만 탐방단은 작은 불만도 내비치지 않았다.

늘 셔츠와 코트를 단정하게 차려입어 ‘멋쟁이’로 통하던 염동열 씨(26)의 순서가 됐다. “유공자 후손이라는 사실만으로 장하다는 격려를 받았는데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한 게 없어서 송구스러웠는데,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말이 갑자기 끊어졌다. 그의 얼굴이 달아오르더니 눈물이 맺혔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공감의 박수였다. 염 씨가 간신히 말을 이어갔다.

“유적을 둘러보고, 교수님들 강의를 듣는 동안 제 자신이 창피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앞으로 유공자 후손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겠습니다.”

참가자들은 선인들의 피와 땀이 서린 역사의 현장을 체험하면서 조국애와 역사의식이 점점 뚜렷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의 진지한 표정을 보면서 요즘 젊은 세대의 역사의식이 희박하다고 탓할 게 아니라 그 역사를 보고 듣고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기성세대의 일이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금동근 문화부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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