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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목적? 청탁 목적?

입력 | 2009-03-31 02:54:00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 朴회장에 건넨 50억원

회사돈 아닌 개인자금… 전달 목적 해석 분분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50억 원을 건넨 이유는?

검찰이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위해 박 회장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 박 회장과 라 회장 간 거액의 돈 거래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2006년 라 회장의 계좌에서 박 회장의 계좌로 50억 원이 송금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아직까지 이들의 돈 거래에서 수상한 부분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30일 “수사가 진행 중인 내용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범죄 혐의를 인정할 만한 단서가 현재까지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라 회장이 건넨 돈이 4년 동안 박 회장 계좌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라 회장이 경남 김해의 가야CC 지분을 사달라며 돈을 박 회장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으나, 검찰은 이에 대해 수사하지 않고 있다.

검찰이 두 사람의 거액 거래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건네진 돈이 이번 사건의 수사구도와 반대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박 회장이 라 회장에게 돈을 건넸다면 태광실업의 휴켐스 인수를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금품 로비를 벌였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돈이 반대로 건네진 만큼 범죄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 실제 라 회장은 신한은행이 태광실업의 휴켐스 인수 컨소시엄에 참여하면서 박 회장의 휴켐스 인수를 도왔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게다가 라 회장이 박 회장에게 건넨 돈은 2006년 당시 신한금융지주 등 회삿돈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라 회장의 개인 자금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라 회장이 개인적인 투자 등의 목적으로 박 회장에게 돈을 건넨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신한금융지주도 이날 “라 회장 개인이 박 회장에게 50억 원을 전달한 사실은 있지만 전혀 불법적인 용도가 아니다”라며 “검찰이 자금의 용도를 확인하고 있는 상태에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라 회장이 건넨 50억 원과 박 회장이 2008년 2월 말 당시 노무현 대통령 측에 건넸다는 50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50억 원)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두 사람 사이에 다른 청탁 관계나 돈 거래는 없었는지, 박 회장이 받은 돈을 고스란히 계좌에 넣어둔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더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