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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홍권희]뉴욕 한식당

입력 | 2009-03-27 02:58:00


“무엇을 주문하든 한식은 식탁에 한꺼번에 놓여진다. 설명은 거의 없다.” 10년 전 미국 뉴욕타임스가 ‘뉴욕엔 태국 일본 인도 중국 음식 외에 한국 음식도 있다’면서 한식을 소개한 기사의 한 토막이다. 일찍이 영어 메뉴를 갖춘 퓨전 채식 한식당 ‘한가위’엔 여배우 귀네스 팰트로가 가끔 들렀다. 요즘 한식을 모르는 뉴요커는 잘나가는 사람이 아니다. 갈비 비빔밥 순두부 사찰음식 같은 한식을 즐기려는 뉴요커들이 줄을 선다.

▷10년 전 고급화 전략을 편 ‘우래옥’은 한식당 같지 않은 분위기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등 연예계 인사들이 자주 찾는다. 식당을 평가하는 ‘자갓’이 뉴욕 유명 식당으로 꼽은 한식당은 아직 없지만, 온라인판에는 우수 한식당이 6곳 소개돼 있다. 밥을 의미하는 ‘반’은 냄새 안 나는 바비큐와 퓨전음식으로 이름을 날린다. ‘모모푸쿠쌈바’는 퓨전상추쌈 잡채 등의 메뉴로 뉴욕타임스의 ‘2007 베스트 새 식당’에 뽑혔다. 요리사 데이비드 장 씨(32)는 자신의 요리가 한식으로 분류되는 걸 거부한다.

▷뉴욕 맨해튼 32번가 코리아타운에서 한국과 똑같은 메뉴로 식사를 하고 난 한국인 방문객은 뉴욕에 있다는 생각을 잠시 잊을 수도 있다. 13시간여 비행 끝에 뉴욕 땅에 도착하자마자 한식당에서 매운 음식을 먹노라면 여독(旅毒)이 순식간에 풀리는 기분이 든다.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과 가까운 우리아메리카은행 주변에는 뉴욕곰탕 강서회관 감미옥 금강산 같은 한식당이 늘어서 있다. 민주당의 이광재 서갑원 의원이 뉴욕 출장 중 강서회관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식당 K 사장이 박 회장의 돈 수만 달러를 맡아놓았다가 두 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해외 계좌나 해외 한인식당을 통해 돈을 주면 국내 수사망이 뻗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 것 같다. 두 의원은 각각 과거에 노무현 의원의 비서관 보좌관을 지냈다. 이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입만 열면 개혁을 부르짖던 사람들이 돈 받는 법만 ‘개혁’을 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요즘 한식의 국제화를 위해 각계가 노력하고 있는데, 해외 한국식당 이미지가 흐려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