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의 식량 지원을 거부하고 식량 배분을 모니터하기 위해 북에 체류 중인 세계식량계획(WFP) 및 비정부 구호단체 관계자들에게 철수를 요구했다. 주민 식량 사정을 감안하면 염치 불고하고 국제사회에 손을 내밀어도 모자랄 텐데 무슨 배짱인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다. 주민은 죽든 말든 식량 지원을 걷어차고 세계를 상대로 핵과 미사일 장난을 벌이는 김정일 집단의 과대망상적 정신구조는 아무래도 비정상이다.
북의 의도에 대해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대북정책에서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보다 유화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를 실시하고 북의 미사일 발사 계획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데 대한 항의 표시일 수도 있다. 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비해 미리 선수를 친 것이거나 식량 배분 모니터링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분석도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주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반인륜적 행위다.
지금 북의 식량난은 수십만∼수백만 명이 굶어죽은 1990년대 중반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자체 곡물 공급량은 넉넉하게 잡아도 431만 t으로 최소 수요량 548만 t에 턱없이 부족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1년 식량으로 겨우 3개월 치 분량만 지급받아 죽으로 연명하거나 끼니를 굶는 일도 많다고 한다. 위띳 문따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870만 명의 주민이 극심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작년 5월 1년간에 걸쳐 식량 50만 t 지원을 약속하고 지금까지 16만9000t을 지원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은 주민을 먹여 살릴 궁리는 안하고 ‘선군(先軍)정치’니 ‘강성대국’이니 외치며 천문학적인 돈을 퍼부어 핵무기를 만들고, 위성으로 위장한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주민이 굶어죽는 판에 미사일과 강성대국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작년 말 남포시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를 방문해 식당 난방이 안 되는 것을 보고 “추운 식당에서는 아무리 영양가 높은 식사를 하여도 소용이 없다”며 간부들을 질타했다고 평양방송이 최근 보도했다. 추위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이 배고픔이다. 외국의 식량 원조도 내팽개치면서 식당 난방 운운하는 것은 위선이요 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