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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상훈]정부부처 따로 노는 ‘의료관광 유치’

입력 | 2009-03-07 02:59:00


5일 오후 10시경 일본 도쿄의 한 식당에 한국 병원 관계자 10여 명이 모였다. 일본 여행사 상품기획자들을 대상으로 한국 의료관광 설명회가 끝나고 뒤풀이 겸 각오를 다지기 위한 자리였다.

가장 연장자인 인요한 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센터 소장이 입을 열었다. 그는 전남 순천에서 자란 ‘미국계 한국인’이다.

“한국은 100년 전에도 약했고, 50년 전에도 약했습니다. 지금 한국의 의료관광 상황이 그때처럼 약소국입니다. 병원들이 잘해야 합니다.”

모든 참석자들이 박수를 쳤다. 한 명이 “너무나 적절한 표현이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한 의사가 일본 소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무슨 술맛이 이래. 이거 완전 석유다, 석유”라며 인상을 찡그렸다. 옆 사람이 “일본 환자를 유치하려면 그 정도는 마실 줄 알아야지” 하며 농담을 던졌다. 의료관광 성공에 대한 각오가 엿보였다.

한 참석자가 기자에게 진지하게 물었다. “정말 의료관광이 성공할 수 있을까요.”

그는 “정부가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회의적인 표정을 지었다. 대다수 참석자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정부를 비판하면 ‘찍힐까 봐’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다.

기자의 요청에 일부 참석자가 입을 열었다.

“정부는 말로만 지원한다고 했지, 행동으로 보여준 게 없어요. 그동안 모든 해외환자 유치는 내 돈으로 했어요. 정부를 크게 믿지 않아요.”

“정부 부처는 모두 따로따로예요. 통일성도 없고 의료관광을 담당할 대표기구도 없고….”

한 병원 관계자는 “보건복지가족부는 일반 상품과 다른 의료상품의 특수성을 강조하면서 관광 쪽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 상품으로서의 의료서비스에만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이날 설명회는 문화부 산하 한국관광공사가 기획했다. 같은 날 열린 한일 문화관광 장관 회담과 연계된 행사였다. 그래서일까. 해외환자 유치를 적극 지원하겠다던 복지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참석자들은 일찍 선술집을 나섰다. 다음 날 오사카에서 열릴 두 번째 설명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그들이 ‘외로운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정부의 잘못이다. ‘병원 전사(戰士)’의 가장 큰 지원군이 바로 정부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멀리서 말발굽 소리만 들리는 것 같다.

― 도쿄에서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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