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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습 vs 역습… PC·휴대전화 융합大戰

입력 | 2009-03-03 02:57:00


PC 업체 → 휴대전화 진출

휴대전화 → 노트북 시장에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업체인 핀란드 노키아가 노트북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이는 PC 업체들이 노키아의 안방을 넘보는 데 대한 ‘역습(逆襲)’의 성격을 띤다. 미국의 애플, 대만의 에이서, 일본의 도시바 등 세계적인 PC 업체들은 줄줄이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중이다.》

에이서 도시바 등 PC업체 스마트폰 개발-출시 잇따라

노키아는 “노트북사업 적극 검토”… 영토 경쟁 본격화

○ 노키아, 생산-유통망서 경쟁우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 노키아의 올리페카 칼라스부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자국 방송사인 YLE와 가진 인터뷰에서 “노트북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키아가 노트북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소문은 지난해 말부터 흘러나왔다. 하지만 공식 인터뷰를 통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칼라스부오 CEO는 PC와 휴대전화가 융합되고 있는 추세에 주목했다.

그는 “수많은 사용자들이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을 경험하고 있다”며 “이는 노키아에 좋은 신호”라고 강조했다.

노키아의 노트북 시장 진출 가능성은 거물급 PC 업체들이 대거 휴대전화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노키아의 PC 시장 진출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PC 산업 자체가 그다지 수익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키아가 제품은 휴대전화로 다르지만 이미 생산, 공급망, 유통 등에서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어 PC 업계에 위협적인 존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델, 인력 영입해 스마트폰 개발중

지난달 16∼1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에서 두드러진 흐름 가운데 하나가 바로 PC 업계의 휴대전화 시장 진출이었다.

스마트폰 제품을 선보인 대만의 에이서와 일본의 도시바가 그 주인공이다.

세계 3위 PC 업체인 에이서는 M900, F900, DX900 등으로 이뤄진 스마트폰 제품군을 처음 선보였다.

에이서는 이에 앞서 지난해 이-텐(E-TEN)이라는 대만 스마트폰 제조업체를 인수한 바 있다.

도시바도 터치스크린 방식의 스마트폰 TG01을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 세계 최대의 PC 업체인 델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스마트폰에 주목하고 있다. 델은 모토로라에서 휴대전화 사업을 이끌던 인력을 지난해 영입해 스마트폰 개발에 주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델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애플의 아이폰과 림(RIM)의 블랙베리폰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조만간 선보일 제품은 운영체제(OS)로 윈도모바일과 안드로이드를 채택하고 아이폰과 비슷한 터치스크린 기능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 스마트폰, 2013년에 5억대 시장 성장 전망

PC 업계는 휴대전화 가운데에서도 특히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휴대전화 시장은 올해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스마트폰은 다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2002년 약 700만 대에서 2013년에는 약 5억 대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폰이 PC와 같은 운영체제로 작동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PC 업계가 스마트폰 시장에 군침을 흘리고 있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같은 PC 업체였던 애플은 이미 아이폰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2007년 6월 아이폰을 처음 선보인 애플은 지난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아이폰 3G를 내놓으면서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휴대전화 시장 전체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휴대전화 업계에 최근 ‘터치스크린’ 붐이 일고 있는 것은 애플의 영향이 크다.

과연 휴대전화와 PC 진영 가운데 누가 유리할까.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휴대전화 시장은 최근 모바일 인터넷이 화두다. 당분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PC와 휴대전화의 ‘경계 허물기’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양 진영의 경쟁 역시 앞으로 더욱 뜨겁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PC와 휴대전화를 이미 모두 만들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