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입니다.”
19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프라자호텔 본관 22층. 막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재선임된 조석래 회장이 기자회견 중 기자들의 질문이 없자 마이크를 잡고 “그러면 부탁을 하나 드리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그동안 별러온 듯 한국 교육 문제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우리 기업들이 교육제도의 고객 중 하나입니다. 저희들이 세계에 나가서 사업을 하려면 세계와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그런데 싸워서 이기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하고 남들과 똑같은 사람을 만드는 교육은 시스템이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 회장은 “한국 교육은 너무 획일적으로 하는 경향이 크다”며 “저희들은 획일적인 것보다는 창의력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우리 시스템이 그렇게 안 되는지 점점 더 젊은 사람들이 경쟁을 피하려 드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비유하자면 고객 대표가 회사 제품에 대한 불만을 참다못해 언론에 “좀 도와 달라”고 요청한 상황이었다.
재계 수장이 공개석상에서 한국 교육을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7월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제주에서 열린 ‘제32회 최고경영자(CEO)대학’ 개막식 강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물론 민주사회에서 우수한 근로자를 만드는 것이 국민 교육 목표의 전부는 아니며, 교육제도의 ‘고객’도 기업만은 아니다.
그러나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부처 홈페이지 인사말에서 밝히듯 교육은 “따뜻한 마음의 품격 있는 사람,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쓸모 있는 사람을 기르는 것”이며 한국 교육의 목표 중 하나가 “글로벌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임은 부정할 수 없다.
주요 고객인 산업계가 공개적으로 “미흡하다”고 항의하는 데 대해 한국 교육계가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어떤 답변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학교 서열화를 부추긴다”는 등의 우려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쟁을 피하려고만 드는 젊은이’를 키운 분들께는 따뜻한 마음의 사람을 키우는 일과 사회적으로 쓸모 있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꼭 양립 불가능한 것인지도 묻고 싶다.
교육계가 얼마나 귀를 닫고 있었으면 재계 수장이 기자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교육 개혁을 호소해야 하나 싶은 생각도 든 하루였다.
장강명 산업부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