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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제한 철폐’ 통과… 차베스 장기집권 길 텄다

입력 | 2009-02-17 02:56:00

15일 베네수엘라에서 대통령의 연임제한 조항을 없앤 개헌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했다는 선거결과가 발표되자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대통령궁 발코니에 나와 지지자들을 향해 국기를 흔들며 자축하고 있다. 카라카스=AFP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개헌안 54% 찬성

2012년 대선 출마 공식선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장기 집권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15일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대통령 연임제한 철폐를 핵심으로 한 개헌안이 찬성 54.4%, 반대 45.6%로 통과됐다고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했다. 투표 전 여론조사에서는 박빙의 승부가 점쳐졌으나 개표 결과 8.8%포인트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이에 따라 2013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차베스 대통령은 2012년 예정된 대통령 선거를 포함해 향후 치러지는 대선에 제한 없이 출마할 수 있게 됐다. 차베스 대통령은 현재 10년째 집권하고 있다. 기존 헌법은 6년 임기 대통령에 대해 한 차례 연임은 허용하지만 3선은 허용하지 않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선관위 발표 직후 대통령궁 발코니에 나와 국가를 부르며 “이번 승리는 베네수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빠르게 변화시키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신과 국민이 결정을 바꾸지 않는 한 내가 2012년 대선 후보”라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통령궁 부근에 모인 지지자들은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개헌안 통과를 반겼다.

개헌안에 찬성한 곤살로 모스케다 씨는 “부결됐더라면 가난한 사람을 위한 복지 프로그램들이 위험할 뻔했다”며 “이번 승리가 사회주의 개혁을 살렸다”고 환호했다.

야당은 선거 결과를 곧바로 수용했지만 차베스 대통령의 장기집권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오마르 바보자 야당 지도자는 “대통령 임기 제한을 철폐한 것은 장기 집권을 원하는 차베스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독재를 허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007년 12월 대통령 임기제한 철폐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패배했던 차베스 대통령이 이번 국민투표에서 정치적 승리를 거두며 장악력을 강화한 반면 지난해 11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던 야당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개헌안 통과로 장기집권 가능성이 열렸지만 차베스 대통령 앞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특히 석유수출 의존도가 높은 베네수엘라 경제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리는 한편 중남미 최고 수준인 물가상승률과 치솟는 범죄율을 떨어뜨려야 2012년 대선에서 승리가 가능하다고 외신들은 지적하고 있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최근 차베스 대통령이 미국에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동안 일관되게 미국을 조롱하고 비웃었던 차베스 대통령의 장기 집권이 가능해짐에 따라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 새로운 외교적 도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포스트도 “차베스 대통령이 최근 이란과 협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여 미국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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