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전격발탁 軍수뇌 2人은 쿠데타 진압 전문가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1일 군 수뇌부를 ‘북한 최고의 쿠데타 진압 전문가’들로 전격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94년 1월 2일 6군단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망하자 이상한 낌새를 채고 당시 군수동원총국장으로 있던 김영춘 대장을 6군단장에 임명했다.
김영춘 대장은 부임 즉시 당시 군 총참모부 보위국장이었던 원응희 상장과 손잡고 6군단 정치위원 등 쿠데타 고위 주모자들을 함남 이원비행장으로 유인해 일거에 제거한 뒤 무자비한 숙청을 단행했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숙청 과정에서 수백 명의 군관과 함북도당 조직비서 등 간부들이 처형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갔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해 9월 “당시 주동자들을 강당에 모아 죽였는데 이를 집행한 사람은 김영춘이었고 정치적으로 지도한 사람은 장성택이었다”고 증언했다.
이듬해 6군단 산하 사단을 잡음 없이 전방사단들로 재편성하는 데 성공한 김 대장은 그 공로로 1995년 10월 쟁쟁한 선배들을 물리치고 차수 직함과 함께 총참모장에 임명됐다. 2000년 4월에는 ‘영웅’ 칭호를 받았다.
김 위원장이 이런 인물들을 군 수뇌부에 임명한 것은 와병설 이후 술렁거리는 군부를 확실히 장악해 ‘만일의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이들이 임명된 지 이틀째인 13일이 김 위원장의 후계자 선출 35주년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후계자 문제를 둘러싸고 심상찮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김 위원장의 큰아들인 김정남이 중국 베이징에서 이례적으로 후계자 문제를 언급하는가 하면 북한 언론에는 ‘만경대 가문’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이 표현은 김정일 가계를 뜻한다. 1월에는 주요 부처 위주로 내각의 3분의 1이 교체되고 젊은 경제 관료들이 대거 승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위해 경제 활성화를 추구하는 한편 김 위원장 친정체제를 구축해 만일의 사태에 철저한 대비책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강경파인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이 약 1년 전에 복권된 데 이어 이번에 장 부장의 측근들이 군 수뇌부를 장악함에 따라 북한은 당분간 강성 노선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