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추억’ 흉터, 자칫 마음에도 지워지지 않는 자국
“없앨수는 없지만…” 치료술 발달로 갈수록 ‘보일듯 말듯’
흉터는 왜 생기는 것일까. 흉터는 우리 몸의 치유 기능이 지나치게 활발하거나 침체돼서 생긴다.
상처 때문에 피부가 갈라지면 분리된 피부를 붙이기 위해 콜라겐이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콜라겐이 적당히 생성되면 흉터가 남지 않는다. 그러나 적당히 생성되는 경우는 드물다. 잘 생성되지 않거나 너무 많이 생성돼서 문제다. 콜라겐이 적당히 생성되지 않을수록 흉터는 심해진다. 여기에 멜라닌 색소를 피부에 분산시키는 물질인 ‘멜라노사이트’가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으면 색소침착까지 일어나게 된다.
우리 몸은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흉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정상조직에 가까운 상태로 자연적으로 회복된다.
그러나 큰 사고나 화상을 입으면 심각하고 광범위한 흉터가 생겨 잘 사라지지 않는다. 상처를 잘 치료하지 않아 세균에 의한 2차 감염이 생겼을 때도 마찬가지다.
흉터는 안쪽 피부인 진피층이 얼마나 손상되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절개, 화상 정도가 심해 진피층에 심각한 상처를 입게 되면 기존의 정상적인 피부조직이 다쳐 콜라겐이 과도하게 분비되기 쉽다.
같은 정도의 상처가 생겼더라도 사람마다 흉터가 지는 정도는 다르다. 작은 자극에도 상처가 생기기 쉬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큰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되는 사람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켈로이드 체질’이다.
켈로이드는 상처를 입은 후 흉터가 벌겋게 솟아올라 조그만 혹처럼 돌출되는 것이다. 켈로이드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지만 타고난 체질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상처의 차이는 나이도 한 원인이 된다.
‘늙으면 흉터도 잘 안 없어진다’는 얘기가 있다. 피부 재생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어렸을 때 상처가 나도 흉이 잘 진다. 피부재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공, 땀샘, 피지샘 등이 덜 성숙해 재생이 효과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피부의 재생 기능은 중고교생 때가 가장 활발하다. 이때 생긴 상처는 비교적 흉터가 덜 남는다.
상처가 났을 때 대응 방식도 흉터의 크기와 정도를 결정한다.
상처를 입었을 때 제대로 봉합하는 등 초기 조치를 잘 취하면 상처가 작게 남는다. 응급처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작게 남을 수도 있는 흉터가 크게 남게 된다.
흉터를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흉터는 개인의 체질, 상처의 깊이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초기에 적절하게 치료하면 흉터가 생기는 것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흉터가 자연스럽게 치유되지 않는다면 제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물론 흉터 제거술을 이용한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흔적을 없애기는 힘들다. 흉터가 단단할수록 흉터를 없애는 것은 어려워진다.
대한피부과의사회 한승경 회장은 “일단 흉터가 생겼다면 흉터가 생기기 전의 상태로 완벽하게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흉터 치료는 사실상 덜 표시 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흉터를 완벽하게 없앨 수 없다 하더라도 자국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크다.
스테로이드 약물주사, 박피, 외과수술적 교정술, 레이저 치료, 필러 주입 등 다양한 치료법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흉터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은 옛날보다 훨씬 쉬워졌다. 다양한 흉터 치료법을 동원해 몸뿐 아니라 마음에 생긴 흉터도 지울 수 있다면 적극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