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신, 노년의 삶 다룬 연극 잇달아 연출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늙은 부부 이야기’ ‘염쟁이 유씨’…. 올해 공연된 연출가 위성신(44·사진) 씨의 작품들이다. 주인공은 한결같이 인생의 황혼을 앞둔 노인이다.
그는 “안에 애늙은이가 있는지 삶의 연륜이 묻어난 노인들의 이야기가 살갑게 다가오고 재미있다”며 “사회적으로 노인들이 하나의 주체로 부상하는 만큼 소재도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에서 그려지는 노인들의 일상과 사랑은 칙칙하지 않고 밝다. 젊은 커플 못지않게 밀고 당기는 연애를 하고(‘늙은 부부 이야기’) 아들의 죽음을 준비하는 ‘염쟁이’는 장례 과정을 해학의 웃음으로 승화시킨다(‘염쟁이 유씨’).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강풀의 원작 만화와 다르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짓기도 했다.
위 씨는 “나이 드신 분들은 우울한 거 싫어한다”며 “노인의 사랑이 청년의 사랑 못지않게 경쾌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003년에 올린 ‘늙은 부부 이야기’는 매년 겨울 인기 레퍼토리가 됐고, ‘염쟁이 유씨’는 2006년 서울연극제 인기상을 수상했다. 4월에 시작한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7개월간 객석 점유율 97%를 기록하며 5만 명이 봤다. 올해 올린 작품 중 1편을 제외하고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7년 전 7000만 원의 빚을 안고 결혼을 했던 위 씨의 재무 상태는 최근 ‘플러스’로 돌아섰다. 그래도 여전히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버는 돈은 대부분 극단(오늘)의 창작 작품을 만드는 데 투자해야 하니까 집에서 볼 때는 상황이 비슷해요.”(웃음)
평단의 반응은 관객의 호평만큼 뜨겁지 않다. “섭섭하지만 받아들여야죠. 눈물샘 자극하고 해피엔딩인 제 작품들을 평단에서는 촌스럽고 연극 면에서는 약하다고 볼 수 있어요. 대신 대중에게서 보상을 받잖아요. 나이가 들수록 관객에게 간단하고 쉽게 전달하고 싶어요.”
최근 올린 ‘사랑에 관한 다섯 개의 소묘’는 연극으로 올렸던 작품을 뮤지컬로 각색했다. 그는 연극 작품 중에서 뮤지컬에 적합한 작품을 골라 계속 각색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락시터’라는 작품을 뮤지컬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내년에는 40년을 친구로 지낸 두 남녀를 다룬 ‘늙은 친구 이야기’를 올릴 예정이다.
연출가로서 어떤 평가를 듣고 싶으냐고 묻자 그는 웃으며 “따뜻하고 재밌는 연출가. 그거면 만족해요”라고 답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