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역(逆)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성공단 건립을 허락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 연구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1998년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발표하자 “햇볕정책 중에서 수용할 부분은 과감하게 소화하면서 장차 우리의 대외 정책에 역이용하라”며 남북관계와 관련해 세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첫째, 남북 교류는 경제적 이익에만 국한하고, 둘째, 남북 관계는 북-미 관계가 회복될 때까지 과도적으로 진전시키며, 셋째, 햇볕정책이 남한 사회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라는 지시였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이런 전략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기획됐고 김 위원장은 2000년 공단을 최종 허락하기 전 통전부에 두 가지 지시를 내렸다고 장 연구원은 전했다. 하나는 개성에 많은 기업을 끌어들여 ‘전략적 필요시’에 남한을 정치 경제적으로 위협하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개성공단을 남측에 개방하는 대신 인민무력부가 철저한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었다.
장 연구원은 “김 위원장은 인건비에 너무 욕심을 내지 말고 남한 기업인들이 요구하는 대로 해주는 대신 북한이 군사적인 양보를 하는 것처럼 선전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남한에서 10년 만에 보수정권이 들어서자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할 ‘전략적 필요’가 생겨 개성공단을 위협하는 것이지 남한의 대북정책이나 대북 전단(삐라) 발송 등이 위기를 불렀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장 연구원은 “2004년 탈북해 입국한 뒤 정부 기관에 이런 사실을 여러 차례 알리고 유사시 입주기업들의 재산권을 지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었다”고 말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