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의 현대화” 기치 여성 창작국악그룹 ‘나리랑’ 내달 첫 단독 공연
“안녕하세요, 우리는 ‘나리랑’이에요∼!”
까르르 쏟아지는 웃음소리. 카메라 앞에서 다섯 손가락을 쫙 펴고 인사를 하는 모양새가 여느 아이돌 댄스그룹 못지않다.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까지 여성 아홉 명으로 구성된 창작국악그룹 ‘나리랑((나,라)利琅)’의 상큼한 에너지가 스튜디오에 넘쳐난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 선후배로 구성된 ‘나리랑’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악방송이 주최한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남도 민요 ‘새타령’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호응을 얻었다. ‘나리랑’은 10월 말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극장 공연, 세비야 월드뮤직 축제 워맥스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 새소리는 세계 공통 음악
“새가 날아든다. 새가 날아든다. 쑤욱국∼, 부우엉∼, 푸르르르∼.”
전통민요는 화음 없이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나리랑’의 ‘새타령’은 맑은 소리, 높은 소리, 탁한 소리 등 음색이 다른 3명의 소리꾼이 입체적인 화음으로 풀어내고 가야금과 아쟁, 해금, 대금, 피리 등과 어우러져 ‘민요의 현대화’를 도모한다.
“공작새, 뻐꾸기, 부엉이, 소쩍새…. 새소리는 세계적으로 통하는 의성어이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새타령’은 인기 있을 거예요. 새소리마다 재미난 특성이 있듯이 연주자들도 각자의 특성이 있어요. 목소리와 악기로 서로 새울음 소리를 흉내 내면서 지저귀고 대화하는 것이지요. 20대인 우리끼리 대화하며 수다 떨고 소통하는 것이 음악인 셈이죠.”(오혜원 씨·판소리)
작곡을 맡은 김보현(피아노, 아쟁) 씨는 “해외에 나가는 퓨전국악의 경우 서양악기를 꼭 써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외국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우리 전통음악”이라며 “궁중음악, 정가, 민요 등에서 모티브를 따온 현대곡을 가급적 전자악기를 쓰지 않는 전통음색으로 흥겹고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어 보자는 게 우리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 소리로 이롭게 해주는 음악그룹
‘나리랑’은 올해 초 서울대 국악과를 졸업한 멤버 5명으로 처음 시작했다. 국악과를 졸업해도 연주생활을 계속하는 졸업생은 절반도 안 되는 현실에서,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할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서였다. 멤버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은 이름 ‘나리랑’은 ‘소리로 이롭게 해주는 옥돌 같은 그룹’이라는 뜻.
“나랑 너랑 같이 놀아 보자는 뜻에서 ‘나랑’이라고 지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비슷한 이름이 많아 ‘나리랑’이라고 지었지요. 옥편을 찾아 한자도 찾았어요. ‘소리 섞일 라((나,라))’, ‘이로울 리(利)’, ‘옥돌 랑(琅)’. 전통과 현대의 소리를 섞고, 음악으로 사람들을 이롭게 해주고, 옥돌같이 예쁘게 빛나면서도 깨지지 않는 팀이 돼 보자는 뜻이지요.”(홍성연 씨·피리)
출범 후 재학생 후배들을 받아들여 9명이 된 이들은 공교롭게도 그룹 ‘소녀시대’와 멤버 수가 같다. 2월 첫 공연 때는 ‘신(新)옹헤야’를 부르면서 후렴부에 ‘텔미, 텔미’ ‘아임 소 핫! 나리랑 예뻐요!’ 등의 추임새를 넣어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나리랑’은 10월 14, 15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북촌창우극장에서 처음으로 단독 공연을 연다. 북촌창우극장에서는 10월 7일부터 12월 20일까지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 입상팀과 공모를 통해 선발된 창작 국악그룹들이 총출동하는 ‘천차만별★콘서트’(02-747-3809)가 이어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