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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길 찾는 운전자가 체증 일으킨다

입력 | 2008-09-19 02:54:00


정하웅 교수-美연구팀 가상 실험… “교통량 우회로에 분산해야”

가장 빠른 길을 찾는 ‘똑똑한’ 운전자 때문에 교통 체증이 더 심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네트워크 과학 전문가인 정하웅(사진) KAIST 물리학과 교수는 18일 “합리적인 운전자 때문에 도로망은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미국 샌타페이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물리학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 18일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교통 체증이 심한 미국의 뉴욕과 보스턴, 영국 런던 등 대도시 도로망을 대상으로 컴퓨터 가상 실험을 했다.

한쪽은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모든 운전자가 가장 빠른 길을 찾아 차를 몰도록 했고, 다른 쪽은 일부 운전자가 우회도로로 돌아가도록 했다. 그 결과 모든 운전자가 빠른 길만 고집한 집단이 목적지까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소수의 우회 운전자가 있는 집단’보다 평균 20∼30% 더 걸렸다.

또 연구팀이 실제로 뉴욕 등 대도시의 교통을 분석한 결과 교통량을 적당하게 우회시켜 주면 그렇지 않을 때 1시간 걸리는 거리를 4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해 줄 거라고 생각했던 일부 도로는 오히려 교통 체증을 증가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 교수는 “운전자의 ‘합리적이면서도 자기중심적인 행동’ 때문에 전체의 효율성이 떨어져 교통 체증이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울에서도 광화문이나 강남의 길 하나를 막으면 오히려 교통 흐름이 좋아질 수 있다”며 “이번 실험에 사용한 네트워크 과학을 통해 출퇴근 시간의 짜증을 없애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상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dream@donga.com



대도시를 대상으로 한 운전자와 도로망 가상 실험. 위쪽 모형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운전자만으로 이뤄져 있어 모두 빠른 길로 몰려 교통체증이 심해진다. 아래쪽 모형은 일부 운전자가 우회로로 빠져서 전체 교통흐름이 훨씬 원활하고 교통체증도 적다.(자료제공 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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