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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백화점… 부자마저 지갑 닫았나

입력 | 2008-08-04 03:02:00

1일 오후 서울의 한 백화점 남성복 매장. 고객 대신 마네킹만 드문드문 서 있다. 최근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둔화되면서 고소득층의 소비도 줄고 있다.


《1일 오후 1시 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6층 남성복 매장에는 고객이 한 명밖에 보이지 않았다. 매장 직원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한 수입의류 매장 매니저는 “한 번 오면 100만 원 이상 쓰는 기업 임원들이 주요 고객인데 최근 이들의 씀씀이가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매출이 지난해 여름에 비해 10∼15% 감소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백화점-대형 할인점 매장 둘러보니…

현대백화점의 7월 매출액은 지난해 7월보다 5.1% 늘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제자리걸음도 못한 수준이다.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중산층에 이어 고소득층까지 지갑을 닫고 있다. 고소득층까지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내수침체의 골이 갈수록 깊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 불황에 강하다는 명품 매출도 뚝

이날 무역센터점 5층에서 만난 한 의류매장 매니저는 “원래 여름이 비수기이기는 하지만 올해는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 롯데, 현대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7월 매출액은 지난해 7월보다 평균 7.8%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5월 증가율 13%, 6월 12.2%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상반기에는 백화점이 경기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하반기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갈수록 얼어붙을 것으로 보여 9월 추석 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해외로 많이 떠나는 여름에 특수를 누리던 면세점도 매출 부진에 울상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1∼7월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줄었다”며 “외국인 매출이 36% 늘었음에도 전체 매출이 줄어든 것은 최근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크게 줄고 소비심리가 악화된 탓”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불황에 강하다는 명품도 무풍지대가 아니었다. 3대 백화점의 명품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월 39.4%, 6월 38.8%에서 7월 33%로 감소했다.

○ 하루 고객 1명만 든 매장도

백화점이 어렵다고 상대적으로 물품 값이 저렴한 대형할인점의 매출이 늘어난 것도 아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할인점 3곳의 7월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6월 증가율 2.3%보다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점의 가전매장 직원은 “물가를 감안하면 지난해보다 오히려 가격이 저렴한 편인데도 비싸다며 안 사는 손님이 많다”며 “세일을 하고도 덤으로 상품권을 줘야 겨우 손님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성복 매장 직원은 “하루에 1명밖에 고객이 오지 않는 날도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식료품 코너에서 만난 주부 설모(51) 씨는 “남편이 자영업자인데 너무 힘들어서 올해 휴가를 안 가기로 했다”며 “열흘 만에 장을 보러 나왔는데 그동안 가격이 너무 올라 살 게 없다”고 말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최근 주가가 떨어지는 동시에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어 가계의 소비여력 둔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내수부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정아름(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