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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속의 오늘]1934년 아르마니 출생

입력 | 2008-07-11 03:05:00


“모든 것이 무대에 준비돼 있습니다. 사진작가들과 관객이 앉아 있습니다. 패션쇼가 시작돼야 하는데 의상이 없는 겁니다. 이것이 내가 자주 꾸는 악몽입니다.”(레나타 몰로, 라이프스타일 창조자 아르마니 패션제국, 2006년)

패션디자이너 조르조 아르마니의 고백이다. 빈틈없는 완벽함을 추구하는 사람, 항상 자신만만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의 고뇌는 인간적이다. 백발의 이 74세 노(老)신사는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의 소유자다. 마른 체구에 강렬한 눈매를 갖고 있는 조르조는 ‘아르마니 패션제국’의 왕이다.

조르조 아르마니는 1934년 7월 11일 이탈리아 피아첸차의 암늑대상이 있는 곳으로 이름난 콜롬보 거리에서 태어났다. 무솔리니의 독재가 절정에 치닫던 때였다.

처음엔 의사가 되려고 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밀라노대 의과대학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만 다니고 1953년 중퇴했다. 적성에 맞지 않았다. 다시 사진을 공부했다. 백화점에서 사진사로 아르바이트도 했다.

첫 직업은 1957년 밀라노에 있는 리나셴테 백화점의 쇼윈도 장식가였다. 하지만 그의 장식이 너무 파격적이어서 구매부서로 발령받는다. 남성복 구매담당 보조업무를 맡아 좋은 직물을 고르는 법을 배운다.

1964년 디자이너 겸 패션사업가인 니노 체루티 밑에서 일을 배운다. 남성의류 회사인 히트맨의 옷을 디자인한다. 1975년 그의 이름을 딴 ‘조르조 아르마니 S.p.A’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건축도안가인 친구 세르조 갈레오티와 손잡았다. ‘아르마니’라는 그의 첫 브랜드인 남성 기성복이 발표되고 이듬해엔 여성복을 내놓았다. 아르마니주니어도 선보였다.

그가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것은 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의 옷을 디자인하면서부터다. 1979년 영화 ‘아메리칸 지골로’에 주연으로 출연한 리처드 기어의 옷을 만들어 패션계의 오스카상인 니먼 마커스상을 받았다. 리처드 기어가 입은 그레이와 베이지가 섞인 은은하고 우아한 옷을 밀라노의 떠오르는 디자이너가 만들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가 의상을 맡은 영화만도 지금까지 100편이 넘는다.

“사람을 옥죄는 딱딱한 옷은 버려라. 인체는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다.”

그의 옷은 결코 디자인이 화려하지 않다. 특별하지도 않다. 과장이나 기교는 찾아볼 수 없다. 거추장스러운 것은 배제되고 군더더기가 없다. 그래서 아주 심플하다.

‘재킷의 제왕’으로 불리는 아르마니. 그의 의상철학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옷’이다. 인체 곡선을 따라 흐르는 옷, 그래서 인체 아름다움을 그대로 드러내는 디자인이 바로 아르마니 패션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