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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비서관 ‘사탄의 무리’ 발언 논란

입력 | 2008-06-08 15:01:00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동아일보 자료사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한 달 이상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비서관이 '배후 세력설'을 주장하면서 집회를 비난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청와대와 일부 기독교매체 등에 따르면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5일 한국기독교10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축사를 통해 촛불집회와 관련,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으로 시작된 이 문화집회는 이제 정치세력과 이익단체의 개입으로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추 비서관은 또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는 성경 마태복음 구절을 인용하며 "이 말씀이 지금 온 국민의 비난을 받는 대통령의 마음일 것"이라며 "이 세상 어떤 아비가 자식에게 독을 쥐어주겠느냐, 이 세상 어떤 위정자가 국민에게 악의 씨앗을 뿌리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마치 모든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에 걸린 것처럼 순수한 학생에게 촛불을 주고, 마치 이 나라 정부가 미국인이 버리는 것을 국민에게 먹이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 세력은 거짓으로 이 세상을 움직이고 이 나라를 흔들고 있다"면서 `일부 방송과 세력'을 배후로 지목하기도 했다.

추 비서관은 그러면서 "이명박 정부는 과장과 거짓으로 무장한 세력들에 의해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이러한 왜곡과 과장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세력이 누구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거듭 `배후 세력설'을 주장했다.

그는 특히 축사를 마치면서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기를 감히 부탁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추 비서관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축사에서 그런 발언을 한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사탄의 무리' 는 기도문 마지막에 통상적으로 하는 용어로, 일부 인터넷 매체가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연결시킨 것은 터무니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추 비서관의 축사 내용이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이 지난 6일 최근 쇠고기 파동으로 촉발된 여론 악화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의를 표명한 직후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도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도가 어찌됐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것은 부적절했다"면서 "이 대통령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종교적 편향성에 대한 지적을 불식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