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 대관령서 맹훈… “아들과 통화하며 피로 풀어요”
침대 머리맡에는 아이들 사진이 놓여 있고 책상에는 노트북 컴퓨터가 자리 잡고 있다. 자신의 나이와 똑같은 38번이나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봉달이’ 이봉주(삼성전자)는 훈련의 피로를 두 아들 우석(5)과 승진(4) 군 사진을 보며 날린다.
풀코스 40번 도전에 38번 완주했고 2000년 한국기록(2시간7분20초)을 세우고 2007 서울국제마라톤 우승(2시간8분04초) 등 10번의 월계관을 쓴 이봉주. 이제 은퇴할 나이도 됐지만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은메달에 그친 한을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풀겠다며 21일에도 강원 횡계의 대관령을 달렸다. 마라톤 역사상 처음인 4연속 올림픽 도전이다.
○ 달리는 게 좋다
언제부턴가 달리는 것을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스가 끝나면 바로 다음 대회를 생각한다. 1990년 전국체전 때 풀코스에 처음 도전해 19년째 달리고 있다.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땐 “이 짓 다시 하나 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제나 제자리다.
○ 아들과의 통화 1시간도 짧아
이봉주는 오후 8시면 어김없이 집으로 전화를 건다. 큰아들 우석이와의 통화. “오늘 뭐하고 놀았니?” “아 그래. 아빠가 가서 사줄게.” 시간 가는 줄 모른다. 1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훈련의 피로를 날리는 시간이다.
○ 4가지 보약이 힘
매일 보약을 챙겨 먹는다. 붕어 진액과 울금액, 홍삼액, 산양삼액 등은 마흔을 눈앞에 둔 베테랑 마라토너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운동을 시작한 뒤 보약을 끊어 본 적이 없다”고. 요즘은 “힘내라”고 주위에서 보약을 보내 줘 약값은 들지 않는다. 달릴 때 응원해 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절대 멈출 수 없단다.
○ 금메달의 관건은 체력
4월부터 ‘금메달 프로젝트’에 돌입한 이봉주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체력이다. 주 2, 3회의 웨이트트레이닝과 서킷트레이닝에 더해 매일 30분씩 다리 힘을 키우는 특별 보강훈련을 한다. 대전 계족산을 달리며 체력을 키운 이봉주는 대관령을 달리며 지구력과 스피드를 보완한 뒤 6월 15일 일본 삿포로 하프마라톤에 출전한다. 7월에는 삿포로에서 전지훈련하다 8월 2일 중국 다롄으로 넘어가 현지 적응에 들어간다.
횡계=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