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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택]민주당, 2008년 5월 20일

입력 | 2008-05-21 03:01:00


손학규 통합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7시 25분 청와대 본관 앞에 도착했다.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박재완 대통령정무수석이 그를 영접해 2층 백악실로 안내했다. 기다리고 있던 이명박 대통령이 손 대표를 반갑게 맞았다. 두 사람은 2시간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문제를 놓고 조찬을 겸한 회담을 했다. 그러나 어떤 합의도 없었다. 오후 2시, 임채정 국회의장은 FTA 비준 동의안 직권 상정을 거부했다. 임 의장은 작년 대선 직전 BBK 특검법안을 직권 상정한 사람이다.

▷손 대표가 청와대를 떠나고 2시간 반 뒤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혹시라도 한국민의 촛불집회가 이데올로기나 반미 감정으로 폄훼되지 않을까 걱정된다”면서 “쇠고기 재협상이 진행돼야 FTA를 논할 수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반미시위가 아니라는 그의 발언에 한 외신기자가 “촛불시위에는 아프가니스탄 납치사건 때 시위했던 (반미)단체도 있었다”고 반박해 분위기가 어색해지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가 촛불집회장 주변의 반미 기류를 정말 못 느꼈다면 정치인으로서 무감각한 것이 아닐까.

▷이-손 청와대 회동에 박상천 민주당 공동대표는 뿔이 난 모양이다. 손 대표가 민주당의 법적 대표지만 정치적으로는 두 사람이 공동대표다. 손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 대해 박 대표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았고, 박재완 수석도 전날 민주당 방문 때 박 대표를 찾지 않았으니 기분이 상했을 법하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손 대표를 겨냥해 “그 사람,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 싸가지가 없다”고 화를 냈다고 한다.

▷17대 국회가 열흘밖에 안 남은 이날 민주당 안팎의 풍경은 파장 분위기가 역력했다. 4년 전 152석의 거대 여당으로 출발한 열린우리당에서 변신한 민주당이 원내 제1당 시대를 마감하는 순간까지 국익에 봉사하려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81석으로 시작하는 18대 국회에선 ‘도로 야당’이 됐으니 ‘선명 야당’을 외치며 투쟁만 하겠다는 것인가. 그래서는 미래가 없다. 이제부터라도 뭔가 달라진 야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