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이: 적성이는 거짓말쟁이야.
적성이: 법학이는 정직한 사람이야.
누가 거짓말쟁이이고 누가 정직한 사람일까. 먼저 법학이가 정직한 사람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적성이가 거짓말쟁이라는 법학이의 말은 옳다. 따라서 적성이는 거짓말쟁이다. 적성이가 거짓말쟁이라면 법학이는 정직하다는 적성이의 말은 거짓말이 되므로, 결과적으로 법학이는 거짓말쟁이가 된다. 이는 법학이가 정직한 사람이라고 한 가정에 모순이다.
반대로 법학이가 거짓말쟁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법학이의 말이 거짓말이므로 적성이는 정직한 사람이다. 적성이의 말은 참이 되고 법학이는 정직한 사람이어야 하는데, 이는 법학이가 거짓말쟁이라고 한 가정에 모순이다.
결국 법학이가 정직한 사람이라고 해도 모순이 되고, 거짓말쟁이라고 해도 모순이 된다.
위의 대화는 집합론에서 유명한 러셀의 역설의 한 예다. 역설이란 참된 명제와 모순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이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이고 사회평론가였으며,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러셀은 1901년에 집합론의 패러독스를 발표했다. ‘모든 집합을 원소로 가지는 집합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러셀은 1919년 간행된 저서 ‘수리 철학 입문’에서 자신의 이론을 대중적인 표현으로 발표했다. 다음의 ‘이발사의 역설’이 대표적이다.
“어느 마을에 단 한 명의 이발사가 있다. 이 이발사는 자신의 머리를 스스로 깎지 않는 마을 사람들의 머리만을 깎아 준다고 한다. 그러면 이 이발사는 자신의 머리를 깎을 수 있을까, 없을까?”
만일 이 이발사가 자신의 머리를 깎지 않는다면 스스로 머리를 깎지 않는 사람이므로 이발사는 스스로 머리를 깎아 주어야 한다. 그러면 스스로 머리를 깎는 사람이 되어 모순이다. 즉, 머리를 깎지 않고 있으면 자신의 주장에 의해 머리를 깎아주어야 되고 깎게 되면 스스로 머리를 깎는 사람이기 때문에 깎아 주어서는 안 되는 이상한 논리가 형성된다. 이것은 역설이다. 이와 같이 논리적 자기모순을 담고 있는 표현은 우리 주변이나 문학작품에서 종종 찾을 수 있다. 이런 모순들을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치면서 살고 있지는 않는지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자.
러셀의 역설과 같이 논리적으로 자기모순을 담고 있는 표현을 찾아보자.
(1) ‘나는 거짓말쟁이다’라고 말한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거짓말쟁이인가, 아닌가?
(2)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라는 규칙이 있다. 이 규칙은 예외가 있는가, 없는가?
서원대 엘림에듀CTI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