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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운하 ‘기업 뜻’에 따를 거면 國土部 필요 있나

입력 | 2008-04-30 03:00:00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그제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민간에서 (대운하)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전문가와 국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토설계 책임 각료로서의 소임을 잘 모르는 듯한 부적절한 방침 표명이다.

대운하는 사람의 신체로 치자면 대동맥에 비견될 정도로 국토의 운명을 가를 국책사업이다. 이런 사업을 단순히 민간업체들의 사업제안서를 토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국토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며 책임을 져야 할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런 논리라면 정 장관은 민간업체들이 ‘수익성이 있다’면서 바다를 매립하고 산을 허물자고 하면 그대로 따라갈 것인가.

건설업체들이 대운하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강바닥을 준설해 얻는 골재 채취 수익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추정 골재량조차도 조사기관에 따라 2조∼8조 원으로 큰 차이가 있을 정도로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수익성은 불투명하다고 한다. 기업은 손해 보는 사업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므로 손실보전 차원에서 하역터미널 운영이나 주변 택지 개발 등 부대사업도 사업계획서에 포함시킬 것이라고 한다. 이를 놓고 벌써 “민간업체들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백번 양보해 민간업체는 골재나 부대사업으로 수익을 낸다고 치자. 상수원 고갈과 하천 오염, 문화재 파괴, 대체도로와 교량 건설 등 뒷감당은 모조리 국민의 부담이다. 바로 이런 외부효과 때문에 국책사업의 비용편익을 분석하는 타당성 조사제도가 있는 것이다. 명색이 정통 건설관료인 정 장관이 이런 점을 모를 리 없는데도 ‘기업 사업계획서를 근거로’ 대운하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일말의 비겁함까지 엿보게 한다.

그의 발언은 여권 내부에서 힘을 얻어가던 대운하사업 백지화론이나 연기론을 일축한 것이어서 더 혼란스럽다. 청와대만 해도 불과 며칠 전 대운하사업을 연내 추진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힌 바 있다. 정 장관이 여론을 떠보기 위해서 일부러 다른 신호를 보낸 것인지 알 수 없으나 혼란을 정리해줘야 할 책임 당국자가 혼란을 증폭시킨 형국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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