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기소에 이어 삼성그룹이 경영 쇄신안을 내놓았지만 일부 종교·시민단체는 여전히 삼성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어제 기자회견에서 “삼성그룹이 새로운 출발을 원한다면 특검이 입증하지 못했더라도 불법 편법 탈법한 실상을 낱낱이 고백하고 용서를 청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어떤 쇄신안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삼성 비자금 의혹을 처음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퇴진에 대해 “잠시 피하겠다는 뜻 외에 아무 의미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일각에서는 삼성을 차제에 개념도 모호한 ‘국민 기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단순히 삼성의 잘못을 질책하고 바로잡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삼성이 낡은 경영 관행을 벗어던지지 못하고 경영권 승계와 자금 관리 과정에서 탈법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다. 이 때문에 삼성은 3개월 넘게 강도 높은 특검 수사를 받았고, 이 회장을 비롯한 핵심 경영진이 기소되는 수모를 겪었다. 삼성 경영진의 위법 행위는 사법부의 엄정한 재판을 통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일부 단체들은 반(反)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수사(修辭)를 동원해 법외(法外)의 응징까지 덮어씌우려고 한다. 이런 행태가 풍미하면 ‘기업 하기 싫은 나라, 경제 살리기 어려운 나라’로 전락할 수 있다.
기업은 투자와 생산 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세금을 냄으로써 국가 사회에 기여한다. 삼성은 한국의 기업 중 고용과 납세를 가장 많이 했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였다. 벌을 주더라도 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외국인 주주의 비중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삼성은 분명 ‘한국 국적을 지닌 한국 기업’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흔들릴 정도로 삼성 때리기가 심해져서는 큰일이다. 무엇보다 삼성 사태를 계기로 해묵은 기업 때리기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는 우려가 재계에 확산되고 있다. 기업 친화적인 이명박 정부의 등장으로 모처럼 경제 살리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기에 건전한 비판을 넘어서 무분별한 기업 때리기가 지속되면 모처럼의 기회를 흘려보낼 수 있다. 일본의 경쟁업체들은 삼성의 시련을 세계시장 판도를 바꿀 절호의 기회로 삼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위축돼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고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일은 국민적 차원에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