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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우정열]서울 영어마을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입력 | 2008-04-23 03:01:00


서울시는 4월부터 서울영어마을 수유영어마을과 풍납영어마을을 단체 이용하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4박 5일 프로그램은 1인당 3만 원, 2박 3일 프로그램은 2만 원씩의 참가비를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보조하고 있다.

서울시는 영어마을 참가비 지원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을 올해 6억 원, 내년 9억 원, 2010년에는 12억 원으로 점차 늘릴 계획이다.

영어마을이 조기유학이나 영어연수를 가기 힘든 대다수 학생에게 공교육 내에서 영어사용 환경을 늘려 준다는 취지로 세워진 만큼 체험 기회 확대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학부모와 일선 학교에서는 현재 4박 5일 기준 12만 원인 참가비용이 부담스럽다며 참가비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영어마을의 프로그램이 비용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여전하고 일회성 체험 위주 프로그램으로 한 번 ‘구경’하고 나면 다시는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지원은 영어마을의 적자를 보전해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원 당시부터 민간에 운영을 위탁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다른 영어마을에 비해 그나마 사정이 낫다는 서울영어마을조차 적자와 이용자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 풍납영어마을의 적자는 1억2000만 원, 개원 3년째를 맞은 수유영어마을은 누적 적자가 4억8000만 원에 달한다.

풍납영어마을은 이용자가 2005년 1만6700여 명에서 2006년 1만9000여 명으로 늘어났지만 지난해에는 1만8000여 명으로 줄었다.

보건복지가족부의 바우처 지원사업 덕분에 지난해 3만4000여 명이 다녀간 수유영어마을도 올해는 지원이 3분의 1로 삭감돼 이용자가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참가비 지원을 통해 저소득층 등에 이용 기회를 확대하는 것은 공교육 투자인 만큼 ‘적자냐 흑자냐’로만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이용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서울시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영어마을이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우선 교육의 질을 높이고 운영을 효율화해야 한다. 시민의 혈세를 삼키는 애물단지가 되지 않게 하려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프로그램만 좋으면 학부모는 알아서 자녀를 보내기 마련이다.

우정열 교육생활부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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