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 얼마나 부었나”국제우주정거장(ISS)에 탑승한 이소연 씨가 우주부종(浮腫) 연구를 위한 촬영을 하고 있다. 우주부종은 무중력 상태에서 얼굴과 몸이 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 실험은 이 씨 얼굴을 촬영해 우주부종 정도를 계량화한 뒤 앞으로 우주복이나 헬멧 설계에 응용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 제공 SBS
12월 발사할 한국 첫 위성발사체첫 한국인 우주인 탄생에 이어, 한국이 직접 우주로 쏘아올릴 위성발사체가 러시아에서 제작되고 있다. 올해 12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KSLV-1(소형위성발사체)용 지상시험장비(GTB)가 9일(현지 시간) 모스크바에서 공개됐다. 발사에 성공하면 한국은 자력으로 위성을 발사하는 세계 9번째 국가가 된다. 모스크바=우주인 공동취재단
■ 이소연 씨, 인터뷰 화상통화 실험 바쁜 일정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착한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 씨는 주요 임무인 우주과학실험을 수행하면서도 12일(한국 시간) 이명박 대통령과의 화상(畵像) 통화, 13일 국내 기자들과의 원격 인터뷰 및 국내 초중고교생들과의 아마추어 무선통신(HAM)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 씨는 ISS가 한반도 상공을 가장 가깝게 지나는 13일 오후 6시 17분 국내 주관 방송사인 SBS에 대기 중이던 국내 기자들과 약 10분간 인터뷰를 했다.》
그는 ‘최초 우주인 유리 가가린의 첫 우주비행을 기념하는 만찬에 선보인 한국 음식에 대한 반응’을 묻는 질문에 “김치와 라면, 고추장이 인기가 매우 좋았다”며 “돌아올 때 남은 음식을 우주인들에게 선물하겠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꿈을 꿨나”라는 질문에는 “보통은 엄마 꿈을 꾸지 않는데, 우주에 올라간 첫날 엄마와 쇼핑하는 꿈을 꿨다”고 답했다.
또 “우주에 있어 보니 ‘플라이 미 투 더 문(Fly Me to the Moon)’ ‘아이 빌리브 아이 캔 플라이(I Believe I Can Fly)’ 노래가 자꾸 귀에 맴돈다”며 ‘플라이 미 투 더 문’의 한 소절을 직접 불러 보기도 했다.
이어 오후 7시 59분에는 경기 평택시 한광고 강당에서 약 1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HAM을 통해 초중고교생 12명과 안부를 주고받았다.
첫 교신자인 박재광(한광고 3년) 군이 “무중력 상태를 나는 느낌이 어때요”라고 묻자, 이 씨는 “아직 잘 적응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길하영(경기 부흥중 3년) 양과의 교신에서는 “여기서 모습을 볼 수 없어도 얼굴을 상상하며 말하고 있다. 항상 영어와 러시아어만 썼는데 모처럼 우리말로 하니 너무 좋다”고 했다.
이 씨는 당초 우주를 뜻하는 ‘Space’, 젊은 아가씨를 뜻하는 ‘Young Lady’의 앞 글자를 딴 ‘DS0 SYL’이라는 개인 호출 부호를 받았지만, 이날은 ISS 공식 호출 부호만 사용했다. SYL은 공교롭게도 이소연 씨의 영문 이니셜과 일치한다.
이에 앞서 이 씨는 12일 오후 7시 32분부터 약 11분 동안 이 대통령과 화상 통화를 했다.
이 대통령이 “정말 옆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거기 정말 우주 맞느냐”고 하자, 이 씨는 “여기 우주 정말 맞다. 인형이 이렇게 둥둥 떠 있는 걸 보면 (이곳이 우주인 것을) 알 수 있지 않느냐”며 가져간 작은 인형들을 띄워 보였다.
대통령이 이 씨의 옆에 서 있는 동료 우주인들에게 “볼쇼이 스파시바(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러시아말로 인사말을 건네자, 이 씨는 “대통령님이 러시아어까지 할 줄 정말 몰랐다”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씨는 이날 파란색 실내 우주복을 입은 다른 우주인들과 달리 직접 디자인한 태극무늬가 가슴 전체를 덮은 회색 우주복을 입고 나왔다.
이 씨는 “우주에 올라와 보니 과학기술의 위력을 실감했는데, 4월 21일 과학의 날에만 그럴 것이 아니라 365일 과학 발전에 힘써 주셨으면 좋겠다”며 대통령에게 우주기술을 포함한 과학 기술 전반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투자를 부탁했다.
이 대통령도 “19세기는 바다의 패권을 가진 자가 세계를 지배했다면 21세기는 우주의 시대라고 생각한다”며 “2020년으로 예정된 달 탐사 계획을 몇 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 대통령이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청와대에 꼭 들러 청소년에게 좋은 말을 해달라”고 하자, 이 씨는 “꼭 가겠다”며 “대통령님이야말로 (그 약속을) 잊어버리시면 안 된다”고 했다. 화상 통화 막바지에 이 씨는 갑자기 머리끈을 풀면서 “대통령님을 만난다고 해서 이렇게 아침 일찍 머리까지 감고 나왔다”고 말해 주위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11일 ISS 도착 직후 이 씨는 이틀간 극심한 우주멀미 증세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몸속의 체액이 코와 목 주변에 몰리는 증세로 얼굴이 붓고 목도 약간 메고 코가 막힌 듯 들렸다. 이 씨는 18가지 우주과학실험 중 하나인 자신의 얼굴 부기를 확인하기 위해 얼굴등고선 촬영 장비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이 씨는 12일 주치의인 정기영(공군 대령) 항공우주의료원장과의 첫 원격 의료 상담에서 “아직 우주 유영이 익숙하지 않아 모서리에 부딪혀 무릎에 멍이 많이 생겼다”면서도 “점점 멀미도 없어지고 이제는 유영도 익숙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14일 새벽에는 국내 초중고교생들이 제안한 5가지 교육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이정호 동아사이언스 기자 sunrise@donga.com
평택=전동혁 동아사이언스 기자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