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닌텐도, PSP 등 미니게임기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 지난해 국내에서 100만 대 이상의 닌텐도 게임기가 판매됐다.
이 게임기의 소프트웨어 중 ‘두뇌 트레이닝’이라는 것이 성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두뇌훈련 게임의 인기는 노년층에게로 확산되고 있다.
두뇌훈련 게임은 기억력을 상승시키고 치매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는 게임기 제조업체들이 마케팅 전략의 하나로 양로원에 게임기를 무료로 나눠 주기도 한다. 손자와 함께 같은 게임을 즐기면 세대간의 벽을 허무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두뇌 게임을 하면 머리가 좋아질까. 노인의 치매 예방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을까.
일본 센다이대 연구팀은 매일 몇 분 이상 게임기를 이용해 두뇌운동을 하면 인지기능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이마엽(전두엽)의 혈류량이 증가하는 것을 뇌영상 연구로 보여주기도 했다. 치매가 진행 중인 환자가 게임을 하면 의사소통 능력이 좋아진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게임기가 두뇌 개발에 도움을 준다’고 결론을 내리기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두뇌훈련 게임의 치매 예방 효과를 밝힌 의학적 연구는 크게 부족하다”면서 “등 푸른 생선에 많은 ‘오메가3’의 치매 예방 효과도 지난해 해외 유명 저널에서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두뇌 게임기의 치매 예방 효과가 학문적 근거가 있으려면 무작위로 뽑은 대상군과 대조군 실험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야 하고, 같은 결과가 다른 연구팀에 의해 재현돼야 하는 등 치밀한 학문적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치매 예방과 기억력 향상에 가장 효과가 좋다고 검증된 것은 운동이다. 몸이 좋아지면 뇌도 좋아지고 뇌 혈류량도 증가한다.
운동이 좋은 것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게임을 하느라 활동량이 줄면 오히려 뇌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두뇌 게임기의 단순한 반복 게임으로 점수가 올라가는 것을 뇌 기능 증진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