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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은 ‘通美封南’ 꿈도 꾸지 마라

입력 | 2008-04-06 23:03:00


6자회담 북-미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내일 싱가포르에서 만난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약속이 3개월이 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회동 결과가 주목된다. 양측이 어떤 형태로든 돌파구를 찾는다면 북핵문제는 3단계인 ‘핵물질 폐기’로 넘어갈 수 있는 동력을 얻게 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장기 공전으로 6자회담 체제와 북-미, 남북관계에 심각한 위기가 올 수도 있다.

힐 차관보와 김 부상은 6자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마다 회동을 갖고 이를 극복해 왔다. 작년 1월에도 베를린 회동을 통해 6자회담의 의제와 목표를 구체화한 2·13 합의를 이끌어냈다. 올해도 2월 베이징, 3월 제네바에서 잇달아 만나 핵 프로그램 신고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이번 싱가포르 회동에서 뭔가 결실이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 협력 의혹에 대해 간접 시인하는 방안에 동의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번 회담에서 최종적인 해결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유보적인 논평을 했다. 북한이 먼저 회동을 제의한 점도 마음에 걸린다. 북한은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하고만 대화하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에 매달려 왔다. 제1차 북핵 위기 때 한국을 제쳐 놓고 미국과 제네바 기본합의(1994년 10월)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 예다.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새 대북정책은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양자 대화에 나서는 배경도 순수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북한이 여전히 통미봉남 전술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양국은 한목소리로 동맹 복원을 외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손을 잡는 척하면 남한의 새 정부가 흔들릴 것이라는 망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북한이 살 길은 통남통미(通南通美)뿐이다. 핵을 포기하고 한미 양국과 손을 잡는 것 외에 다른 길은 없다. 싱가포르 회동은 북한이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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