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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무대책 재개발에… 위기의 ‘대전 인쇄거리’

입력 | 2008-03-26 06:50:00


“하루 이틀 미루다 갈 곳도 없이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마는 건 아닌지.”

24일 오후 대전 동구 정동 중동 삼성동 일대 인쇄특화거리에서 만난 인쇄업자 강모(46) 씨는 최근 이 일대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사업에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대전역 인근인 이곳 인쇄특화거리는 700여 개 업체에 종사자만도 5000여 명. 규모면에서는 서울과 대구 중구 남산동에 이은 전국 3위, 업체 수로는 2위 규모다.

연간 36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해 대전지역경제에 한몫을 하고 있으며 디자인 등 지식산업 분야가 강조되면서 새로운 ‘블루오션’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는 이제 어렵다”=하지만 좁은 골목과 노후화된 시설 등의 한계 때문에 최근에는 수주물량이 줄고 밤낮없이 돌던 인쇄기도 멈추는 일이 늘고 있다.

일부 영세업체는 이미 문을 닫았고 사무실을 내놓겠다는 광고도 곳곳에 눈에 띈다. 특히 대전역 주변의 재개발 계획이 발표되면서 남은 이들도 어디론가 이전해야 할 실정.

하지만 마땅히 갈 만한 곳을 찾지 못해 자칫 뿔뿔이 흩어져 거리 자체가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성문화사 육종덕 대표는 “대전시나 우리 모두 방심하면 대전경제의 한 축이 사라질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대구는 저만큼 앞서 가는데…”=600여 개 인쇄업체가 밀집해 있는 대구의 경우 최근 성서산업단지 23만1400여 ㎡(약 7만 평)으로 이전하는 것이 결정돼 축제 분위기다.

그러나 업체 수가 훨씬 많은 대전시는 2015년 이 거리의 재개발사업이 완료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이렇다할 후보지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인쇄업자들은 지난해 3월 산업단지를 조성해 이전하게 해 줄 것을 대전시에 공식 건의한 상태. 이 같은 구상은 같은 해 중소기업중앙회 등이 공식화하고 ‘인쇄문화산업진흥법’까지 제정되면서 본격화되는 듯했으나 아직까지 지지부진한 상태다.

▽“산업단지는 뭉쳐야 산다”=업체 대표들은 지난해 10월 대전충남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이사장 구자빈)을 결성한 뒤 본격적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세종시 건설을 계기로 중앙부처를 따라 이전해 올 서울 등 수도권 인쇄업체를 흡수할 수 있는 제1의 후보지로 유성을 선호하고 있다.

대전충남인쇄출판지식정보산업단지 추진위원회 박영국 위원장은 “인쇄업의 경우 오·폐수의 공동관리, 고가 인쇄시설 장비의 공동이용, 능률적인 작업공간 확보를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집적화된 단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경제의 근간을 이뤄 온 인쇄업의 집적화 협동화에 대해선 공감한다”며 “업체 측과 긴밀한 협의를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