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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허문명]서영준 리더십

입력 | 2008-03-12 02:59:00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은 신입사원들에게 “최고가 되려면 최고 밑에서 배우라”고 조언한다. 그는 “젊은 시절 ‘큰 바위 얼굴’들을 만났던 경험이 어려울 때마다 도움이 되었다. 회장이 된 지금도 선배들 조언을 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술회했다. 그는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 이렇게 썼다. ‘요즘 사회 분위기를 보면 젊은 사람들과 나이 든 경험자들이 물과 기름처럼 보일 때가 많다. 조직이 발전하려면 자기들끼리 수평적 커뮤니케이션도 좋지만 선배나 윗세대의 경험이 아래로 내려가는 수직적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하다.’

▷서울대 약대 연구팀(팀장 서영준 교수)은 미국 암학회가 주는 ‘젊은 과학자 상’ 수상자를 9년 연속 배출하는 진기록을 수립했다. 서 교수는 “학문에 대한 열정과 제자에 대한 헌신을 보여준 멘터(정신적 후견인)들에게 배운 것을 돌려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 위스콘신대 유학 시절 만난 제임스 밀러 교수는 낯선 아시아 유학생을 위해 공항까지 마중 나오고 미리 숙소 냉장고에 일주일 치 음식 재료까지 준비해 두었던 따뜻한 스승이었다.

▷정상세포가 암이 되는 과정을 연구해 암 예방법을 찾는 서 교수 연구팀은 연구원 11명이 9년 동안 25회나 세계 저명학회에서 상을 받아 ‘과학자 사관학교’라 불린다. 한 연구실 학자들이 세계 저명학회에서 이처럼 많은 상을 받은 것은 미국 암학회는 물론이고 다른 학회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다. 출장도 잦고 논문도 많이 쓰는 등 새벽까지 연구실을 지키는 연구원들의 열정 뒤에는 ‘서영준 리더십’이 있다.

▷서 교수는 논문 작성부터 수정까지 세심하게 지도하고 연구원들에게 “에너지를 집중하면 누구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일단 연구실에 들어오면 세계적 수준에 맞는 연구 주제를 스스로 정하게 한 뒤 외국 학회에 무조건 내보낸다”며 “넓은 세상을 보고 오면 두려움을 가졌던 사람들도 일 욕심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여기저기서 ‘인재가 없다’고 한탄하지만 인재는 서 교수처럼 키우는 것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