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상황 점검으로 첫 직무 수행이명박 대통령이 25일 0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군통수권자로서 합참 지휘통제반장 이형국 대령과 통화하며 안보상황을 점검하는 것으로 제17대 대통령의 첫 직무를 수행했다. 뒤쪽은 유우익 대통령실장. 사진공동취재단
《25일 출범한 이명박 정부가 맞은 가장 큰 난제는 경제다. 물가 급등과 어지러운 국제금융 시장 등 제반 여건이 나쁘지만 ‘경제 대통령’이라는 구호 때문인지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높다. 자칫 정권 초기에 악수(惡手)를 둘 경우 새 대통령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경제 전문가들이 “정권 초반에 실적을 내려 하지 말고 5년 뒤 성적을 낸다는 목표로 분야별 과제를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가가 가장 큰 걸림돌
노무현 정부는 신용카드 사태가 정권 초기 큰 부담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인플레이션과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라는 여건에서 출범했다. “세계경제 동반 침체가 곧 올 것”이라는 경고음도 계속 나온다. 모두 우리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1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9% 올라 3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의 물가 관리 목표치(3.0%)를 크게 웃돈다. 유가 등 수입 원자재가격 앙등으로 인한 물가상승이다 보니 마땅한 대응 수단도 없다.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중국처럼 자국 화폐 가치를 올려 해외 물가 상승 요인을 흡수하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7% 성장과 일자리 300만 개 창출을 위해 함부로 돈을 풀면 물가 급등과 부실 대출 확대라는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 경기 침체상황에서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도 우려된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단기 성장률에 집착하지 말고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큰 목표에 부합하는 정책부터 차례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영상제공 = KTV
○감세 효과 없이 재정만 악화될라
새 정부가 법인세 인하 방안을 사실상 확정하는 등 감세(減稅)는 MB노믹스의 핵심 내용이다. 세금 감면→기업 투자 및 소비 증대→경제성장률 상승→세수 증대의 선순환을 기대한 정책이다. 많은 경제학자도 지지한다.
하지만 감세정책은 시행 후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려 정치적 공격을 받기 쉽다. 나아가 물가가 뛰고 대외 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투자와 소비 증대 효과는 없이 빈부격차가 커질 수 있다.
감세와 정부 지출 감축이 함께 실행되지 않거나 감세에 따른 성장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면 정부는 쓸 돈이 모자라 국채를 발행해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감세를 추진했던 미국 레이건 정부가 겪은 문제다. 국가채무가 커지면 국가 신용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일본은 1990년대 후반부터 경기 부양과 사회보장 확대 등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린 결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약 150%에 이르렀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2.2%로 일본에 비해 좋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을 줄이기에 앞서 소득 파악 비율을 높여 과세 기반을 넓히고, 비과세 감면 항목을 최소화해 감세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시형 규제개혁은 부작용 초래
규제 완화를 추진하면서 규제 건수 축소에만 치중하면 유지해야 할 규제가 없어져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예컨대 상당수 금융규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같은 심각한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데도 공장 설립 등 제조업체와 관련된 규제를 대하듯 축소하기만 하면 금융시장 감시에 구멍이 날 수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나 금산분리 완화 등도 반드시 부작용 예방 조치와 함께 추진해야 할 일들이다.
금융 소외자를 지원하기 위해 연체금을 줄여 주고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방안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자칫 신용불량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장기적으로는 금융회사가 부실해질 수 있다.
○맞춤형 진단과 처방 필요
경제 진단은 ‘경기순환적 문제’와 ‘구조적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 경기순환적 문제는 재정 금융 등 거시경제 처방으로, 경제효율이 낮아 생기는 문제는 경쟁촉진과 제도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해결해야 한다.
모든 경제개혁의 시작은 정부 등 공공부문 개혁에서 출발한다. ‘기업형 정부’ ‘CEO 같은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지금은 단기적인 경기 대책이 아니라 인재 양성, 기업 진입 및 퇴출 규제 완화, 원활한 노사관계 형성, 국제기준에 맞는 기업시스템 구축,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 등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를 위한 근본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닷컴
▲ 영상제공 = KTV